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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북핵 실험, PSI, 그리고 이명박 정권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7. 08:45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온나라가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애도하고 있는데 연이어 이해할 수 없는 대형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북한 핵실험과 이에 뒤질세라 내놓은 한국정부의 PSI가입 선언이다. 초상집에 재를 뿌려도 분수가 있지 예를 존중하는 한국에서 두가지 상황 모두 도저히 납득하거나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남북화해를 위해 남다른 노력과 결실을 가져왔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한편으로 조전을 보내면서 같은 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북한의 상황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북한을 고립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카드를 사용하며 벼랑끝 전술을 써 온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남한 국민 전체가 전직대통령을 추모하는 ‘국상’ 중인데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해 온 북한이 초상집에 재를 뿌리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게 되고 결국 북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전직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한국사회에 대한 반성의 기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실시된 북핵실험은 남한사회에서 이같은 자기반성을 통한 사회발전의 기회를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결국 북핵실험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과 극우 보수집단이 될 것이다. 북한이 이것을 바라고 핵실험을 했다면 할말이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신속하게 내놓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 가입은 어떠한가? 결과적으로 한국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북핵실험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고착화시키게 될 것이다. PSI는 북핵 문제에 얽혀있는 난맥을 풀어내는 길이 아니라 대립과 충돌로 가는 지름길이다. 북한정부는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며, 결국 그동안 공들여 온 6자회담은 완전히 물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히 잘못된 길이다. 한반도 평화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막다른 길이다. 그렇기에 녹색연합과 시민단체들은 어제 북한 핵실험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실험에 곧바로 우리 정부가 PSI 참여를 선언하는 강경대응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북한이 선전포고로 여길 것이 뻔한데 여기에 맞불을 놓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북핵실험에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론의 비판을 피해 낮은 자세를 취하는 듯 했다. 그러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물만난 고기처럼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서둘러 PSI 가입을 선언했다. 물론 북핵실험이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필요 이상으로 요란하고 성급한 느낌이 있다. 마치 노무현 서거 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핵실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결국 북한이 남한사회의 추모 국면에 찬물과 함께 재를 뿌렸다면 이명박 정부는 초상집에서 볼상 사나운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가 기획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지금 국면은 누가 보아도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음을 이명박 대통령과 핵심측근들은 알아야 한다.

 

결국 정부의 의도이든 아니든 여론은 잠시나마 노무현 서거 국면에서 북핵실험과 PSI 국면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수세에서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있다. 내가 보기엔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 북핵실험 하루만에 PSI 가입을 전면 선언한 것이라 판단된다. 남북관계가 고조될수록 여론은 보수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이명박 정권이 정말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에 대한 추모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PSI라는 수단을 선택했다면 국민들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두 번이나 자기반성을 했으면서도 곧이어 경찰력을 동원한 탄압국면으로 전환하여 국민들의 삶과 민주주의를 짓밟아 온 것을 우리는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도 이러한 탄압국면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 국민들은 두 번 속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v.daum.net/link/3258452/http://happy100.tistory.com/entry/%B3%EB%B9%AB%C7%F6-%BC%AD%B0%C5-%BA%CF%C7%D9-%BD%C7%C7%E8-PSI-%B1%D7%B8%AE%B0%ED-%C0%CC%B8%ED%B9%DA-%C1%A4%B1%C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