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허재 감독의 별명은 누구나 알듯이 '농구 대통령'이다. 선수 시절에는 '농구 9단'이었지만 이젠 지도자 생활에 들어섰으니 '대통령'으로 '승격'된 것이다.
이제 허 감독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졌던 동부 프로미 2008/0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애런 헤인스에게 버저 비터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지만 여전히 3승 2패로 앞서 있다. 전주에서 29일 벌어지는 6차전이나 다음달 1일 열리는 7차전에서 이기기만 하면 KCC를 챔피언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KCC가 1승 더 앞서 있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없는 편이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1차전을 내준 뒤 파죽의 3연승을 달린 상황에서 5차전에서 끝을 내고 싶었지만 2점차 패배를 당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만약 6차전을 내줄 경우 오히려 삼성이 상승세를 탈 수 있기 때문에 허 감독으로서는 6차전에서 끝내겠다는 각오로 가득차있다.
문제는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데 있다. 일단 포스트시즌 들어 '하킴 올라주원' 또는 '하킬 오닐'로 변신한 하승진이 발목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5차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24분 54초를 활약했지만 8득점과 5리바운드에 그친 것만 봐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마이카 브랜드와 챔피언결정전부터 합류하기 시작한 강병현이 꾸준한 활약을 올려주고 있지만 결국 해줘야 할 선수는 외곽포를 펑펑 터뜨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추승균이 공격력을 이끌어줘야만한다. 지난 25일 4차전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44분 41초나 뛰었던 추승균은 3점슛 2개를 포함해 모두 19득점을 몰아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5차전은 7득점에 머물고 말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KCC를 맡은 이후 숱하게 고비를 넘겨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지난 2005년 KCC 지휘봉을 잡아 2005/06 시즌 정규리그 5위를 차지,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2006/07 시즌에는 이상민 등 주전들의 잇단 부상으로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007/08 시즌에는 서장훈을 영입해 정규리그 2위까지 올랐지만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퇴,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고 이번 시즌 역시 서장훈, 하승진과 용병들로 채워진 '장신 군단'이 허점을 드러내며 하위권까지 떨어졌다가 인천 전자랜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강병현, 조우현 등을 데려오며 선수단을 재정비해 결국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랐다.
어느덧 '지도자 4년차'가 된 허 감독이 네번째 시즌만에 감독으로서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아니면 안준호 감독의 삼성이 '몽니'를 부릴지, 농구팬들의 이목이 전주로 집중되고 있다.
출처 : http://www.sporld.kr/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