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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독감: 대중심리와 사회적 비용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6. 08:56
돼지독감: 대중심리와 사회적 비용

오늘 텍사스에서 또 다시 돼지독감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뉴스 출처) 카메론 카운티라고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이다. 30대의 여성이라고 한다. 지난번 휴스턴에서 사망한, 멕시코에서 치료차 방문한 23개월짜리 어린아이와는 양상이 조금 다를 것 같다.

그래도 오늘 CDC에서는 미국안에서 더 이상 돼지독감으로 휴교령을 내리는 걸 권장하지 않는다고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 링크)

말이 좋아 휴교지 미국같은 경우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 경우 애들을 아침 7:30 경에 학교에 떨어뜨리고 나면 저녁 6시에 찾으러 올 수 있다. 그런데 거의 사전통보도 없이 갑자기 학교가 돼지독감으로 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 부모 입장에서 애들을 맡길 곳도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학교만큼 싸게 애들을 맡아주는 곳도 없다.

더군다나 일부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애들은 학교에서 아침과 점심을 무료나 아니면 할인된 가격으로 얻어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졸지에 애들은 배를 곯아야하는 일이 생긴다.

사실 전염병을 막으려면 학교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걸 막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런 조처들은 모두 사회적 비용들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이런 사회적 비용의 주부담자들은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다. 이래서 당국자들에게 고충이 많은 거다.

이제 전문가가 강조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돼지독감은 치명적인 독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왠만큼 퍼져도 일반적으로 계절마다 찾아오는 독감 정도나 그보다 못한 정도의 위험성밖에 없다. (물론 돌연변이나 유전 재조합으로 치명적인 독감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

그런데도 여전히 대중들의 심리는 돼지독감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한다.

당장 캐나다나 중국만 봐도 그렇다.

지난 몇년간 광우병으로 캐나다의 축산업이 참 많이 힘들었다. OIE에서는 캐나다를 미국과 함께 광우병이 통제가 되고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심심하면 한번씩 캐나다에선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고는 했다. 작년 6월에도 13번째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이 되어 난리가 났다. (기사 출처)

덕분에 캐나다 쇠고기 수출은 영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캐나다 소 농장 입장에서 죽을 맛이고...

그러니 내일(5/7)에 우리나라와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협상을 하기로 했다. (기사 출처) 일단 OIE 기준으로 보자면 자국과 동급인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한국에게 자기들 쇠고기도 수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요구인듯도 싶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선 미국 쇠고기 수입때 보다 더 격한 반대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도 어떻게 보면 미국 쇠고기 수입 허용을 해주고 솔직이 얻은 건 하나도 없이 국내외에서 죽도록 욕만 얻어 먹고 정권차원이나 국가차원에서 거의 챙긴 것이 하나도 없다시피 하니...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고 학습능력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는 집단이라면 이번엔 신중하게 처신할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서구쪽 사람들 입장에선 미국 쇠고기나 캐나다 쇠고기나 매일반이니 당연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할테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어떤 핑계(?)를 대고 이번 협상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을지 옆에서 나름 흥미진진하기는 하다. 뭐 어떻게 보면 좀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자업자득이란 사자성어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캐나다의 전통적인 산업인 축산업이 광우병으로 고전하는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돼지독감에 감염된 돼지들이 캐나다에서 발견이 됐다. (기사 출처)

캐나다 정부는 돼지독감에 감염된 돼지 2200마리를 긴급 격리 수용(?)을 했지만, 중국 당국은 발빠르게 지난 일요일에 캐나다로부터 일체의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해 버렸다. 그 여파로 어제 캐나다내 돼지고기는 1kg에 1.22달러에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 바로 전주 금요일만 해도 1kg에 1.39달러에 팔렸는데 말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캐나다 양돈 농가가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마지노선이 1kg에 1.3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니 돼지고기 1kg팔때마다 8센트 정도의 손해를 보게 생긴거다.

돼지독감이 현실 경제 활동에 피해를 본격적으로 입히기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캐나다 축산업이 본격적으로 피해를 입는 한편... 캐나다 사람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또 서러움을 받기도 하고 있다. 이건 멕시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데... 현재 중국 정부에 의해 호텔에 감금되다시피 격리된 캐나다 학생만 25명이다. 뭐 열이 나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별다른 이상은 없지만 중국 당국에서 무조건 7일간 상태를 지켜 본 다음에야 풀어줄 요량이다. 예전 사스때 경험이 무척 아팠던 모양입니다. (기사 출처 )

원래 이런 식으로 외국인을 격리 수용한 건 멕시코 사람들부터 시작한 건데... 처음에는 멕시코에서 비행기타고 오던 말던 무조건 멕시코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병실에 여러명을 단체로 수용하고는 부실한 식사와 편의 시설만 제공하자, 다혈질인 멕시코 정부에서 발끈해 버린거다. 우리나라 외무부처럼 조용히 막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보다는 일단 질러 놓고보는 캐릭터들인데 이런 스타일이 의외로 중국에게 먹히는 모양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 멕시코 사람들을 인근 호텔로 옮겨서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7일을 지낼 수 있게 배려하기 시작한거다. 가끔씩은 이렇게 다혈질인 정부가 부럽기도 하다. 주변 국가에 너무 알아서(?) 기는 것도 길게 봐서 유리한 건 아닐지도....

아무튼.... 가뜩이나 힘든 국제 경제 상황에서 그나마 내세울 산업으로 꼽히던 축산업이 저렇게 된서리를 맞고 있는 캐나다를 보니 많이 안스럽기는 하다. 캐나다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저렇게 호텔에 격리 수용되기도 하고....

또한 외교적 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반 독감 수준보다 미약한 돼지독감의 방역 활동에 열심인 중국 정부도 고생이 많아 보이고... 물론 보건 상황 하나만 놓고 보자면 분명히 오바이긴 하지만 저런 조처들이 자국민들의 심리에 부응하는 길인 건 확실하다. 서구의 민주정부들과 달리 정통성이 선거를 통해 마련되지 않는 공산당 정부이니 이럴 때 약간 돈이 더 들더라도 이런 쇼맨쉽을 발휘하는 것도 정권 안보 차원으로 보자면 결코 적자는 아닐 것이다.

이제 적어도 가을까지는 돼지독감이 더 이상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WHO에서는 경계경보를 6단계로 격상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위험성이 높아져서라기 보다는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나저나 돼지독감 막바지에 독감에 걸린 돼지들때문에 고생하는 캐나다 양돈 농가가 정말 안스럽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돼지독감 치료제(항바이러스제)가 넉넉한 재고물량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고 정부를 비판한 기사를 몇개 본 것 같다. 분명히 필요한 지적이기는 하지만 정론지라면 이런 자세는 어떨까 싶다. 정부를 향해서 윽박지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저런 항바이러스제를 국민 대비 20%를 확보해 놓으려면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 국민들에게 홍보도 좀 하고 이해도 좀 구하는 기사를 써 보는 것이.... 대표적인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경우 원래 유통기한이 5년이었다. 이걸 이번 돼지독감 초기에 미국정부와 로쉬가 7년으로 바꾼거다. 물량 확보를 대폭 증가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 5년이 되었던 7년이 되었던 유통기한이 지나면 저 비싼 타미플루를 그냥 내다 버려야 된다. 이런게 사회적 비용이란 거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비용을 마련하는 건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이고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준비 소홀을 타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 그런 전략적 소요에 예산을 과감히 배정할 수 있게 대중들의 인식 개선에 언론도 좀 신경을 쓰면 좋겠다.


출처 : http://cretekorea.tistory.com/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