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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 위기 발생 * [하상주 칼럼]

thinks of 2007. 10. 27. 13:44

미국 금융시장 위기 발생

입력 : 2007.06.25 10:2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지난 주 갑자기 미국 금융시장에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대형 금융기관인 베어스턴즈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헤지 펀드가 청산 당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이 두 헤지 펀드는 투자자들의 돈과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주로 미국 주택 대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이 펀드의 운영자들은 미국 주택 시장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나쁜 가계에 빌려준 모기지)를 중심으로 어려움에 놓여 있지만 곧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 달리 올해 3~4월에 다시 주택 금융 시장에서는 연체와 부도가 조금씩 높아졌다.


이 헤지 펀드는 대략 10~20%의 투자 손실을 본 후 돈을 빌려준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에게 약 30일의 여유를 주면 펀드를 정상으로 돌려 놓겠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돈을 빌려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메릴린치는 담보로 잡고 있는 자산을 회수하고 이 자산을 시장에 팔겠다고 했다.


이 헤지 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CDOs라고 불리는 파생상품인데, 이는 여러 종류의 부채를 한 곳에 모아서 그 부채에서 나오는 원리금을 기초로 새롭게 만든 금융상품이다. 이 두 펀드는 주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만든 CDOs에 투자했다. 그러므로 서브 프라임의 연체와 부도가 높아지면 자연히 이를 기초로 만든 파생상품의 가격이 내려간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전체 금융시장에 전염성 충격을 준 것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파생상품의 가격을 잘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처음 이 상품을 만들어서 팔 때는 가격이 있지만 그 뒤로는 실제로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 각 금융기관들은 각자가 만든 평가 모델로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장부에 올라 있는 가격과 실제 시장 가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문제가 생겨서 급하게 팔려고 하면 이 상품의 가격은 평소보다 낮게 팔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상품의 시장 가격이 낮아지면 이와 비슷한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많은 투자기관들은 장부 가격을 새로 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더 쉽게 말하면 투자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당연히 이들 투자기관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마진 콜을 요구할 것이며, 투자 기관들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갖고 있는 자산을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즉 악순환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나 미국 중앙은행은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998년 LTCM의 헤지 펀드가 약 46억불의 투자손실을 냈을 때도 미국 중앙은행의 주도 아래 여기에 돈을 빌려준 미국 최대의 금융기관 14개가 모여서 자금을 지원한 후 대신에 인수한 자산은 바로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정리했다.


결국 금융기관들 사이에 손해를 최소로 하려는 시도 아래 최근까지 나온 것은 헤지 펀드의 운영사인 베어스턴즈가 32억불을 이 헤지 펀드에 빌려준다는 것이다. 대신에 다른 금융기관들은 담보로 잡고 있는 자산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이 헤지 펀드의 회생에 도움을 줄 것을 약속했을 수도 있다. 과연 32억불로 이번의 사태가 마루리 될 것인지 어떨지는 알지 못한다.


CDOs의 발행 잔액은 약 1조 달러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투자가들이 앞으로 이 상품을 잘 사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이 파생상품이 가지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부도 위험을 이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한 경우, 또는 어느 사모펀드의 LBO에 돈을 빌려준 경우, 그 은행은 부도 위험을 안게 된다. 이 은행은 부도 위험을 CDOs라는 파생상품을 통해서 투자가들에게 넘길 수가 있다. 그래서 만약 CDOs에 대한 수요가 줄고, 발행이 잘 되지 않으면 자연히 부채(*신용)의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다시 정리해 보면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베어스턴즈 두 개의 헤지 펀드 청산 가능성에 겁을 먹은 것은 기존의 CDOs 장부 가격이 낮아져서 투자 손실이 나오고 그래서 더 많은 헤지 펀드들이 파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CDOs에 대한 수요가 줄면 금융시장 전체의 신용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런 걱정은 일부 금융상품의 가격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출자산이 부도가 나면 이를 대신 갚아주는 보험성 파생상품인 CDSs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결국 국채의 가격 움직임이다. 보통의 경우, 금융시장에 위기가 오면 돈은 안전한 자산으로 도망을 간다. 바로 국채의 가격이 올라간다. 실제로 지난 주에는 과거 8주 연속으로 내려오던 2년 만기 국채 가격이 약간 올라갔다. 그리고 주식 가격은 약 2% 내려갔다.


앞으로 지금의 위기가 더 확산될지 어떨지는 알기 쉽지 않다. 상상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에 비해서 실제 주식시장이나 국채시장에 나타난 위험의 정도는 작아 보인다. 아마도 이는 금융시장이 너무 지나친 낙관의 경험에 기울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모두 그 위기는 단기에 끝나고 그 뒤에, 예를 들면 주식의 가격은 위기 이전보다 더 많이 올라갔다. 물론 과거가 그대로 미래에 되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최근의 경험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지금의 위기가 주택 금융시장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길면 약 1년 동안 주택 금융의 사정은 좋아지기 어렵다.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가 다시 대출 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금액이 올해, 그리고 내년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대형 금융기관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손실을 최소로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이를 어떻게 이익으로 연결 지을 것인지 궁금하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가격의 움직임>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