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이 바라본 韓 경제와 외환시장
<외환> 2007-05-04 07:59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차관급)은 한국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최근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전일(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아시아위기 10년 국제통화체제와 아시아의 역할' 세미나에 참석한 후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등을 감안할 때 향후 4~5% 경제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가운데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질 수 있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따라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짧은 시간 내에 결실을 본 것이 놀랍다"면서 "개인적으로 일본 입장에서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내림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그는 "한국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규제 위주의 정책을 취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환시 개입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정책 차이를 노출하는 것은 일본의 저금리에 기인한다"며 "일본 외환당국은 저금리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개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달러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외환당국은 달러화와 엔화의 이중 약세에 시달리면서 개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2004년 이래 개입을 자제하는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또 "현재 엔-원 재정환율이 비정상적(Abnormally)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엔-원은 100엔당 1천원 정도가 적정 레벨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외환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물환 거래량 확대가 역외와 투기 세력의 시장 영향력을 줄일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은행간 현물환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일"이라면서 "그러나 과거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거래량 증가가 투기 세력 약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 축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시점과 강도는 일본은행(BOJ)의 금리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BOJ가 긴축을 지속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점진적으로 청산되겠지만 BOJ가 향후 몇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일본의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동아시아 지역에 적합한 공통된 환율 체제를 찾기 위한 제안과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하다"면서 "아시아공동통화단위(ACU)가 도입된다고 해도 30~4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와세다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사카키바라는 재무성 재무관 재직시 '미스터 엔'으로 불리며 전세계 외환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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