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으로 날아간 [박쥐]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타임지 등 유력지에서 [박쥐] 의 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가운데 칸 레드카펫을 밟은 최초의 중견 여배우 김해숙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이며 스스로 "눈물 날 정도로 감격스럽다" 며 회고했다.
이로써 김해숙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탤런트이자 영화배우로 그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선과 악의 공존, 두 가지 양면을 지닌 이 시대의 국민배우는 그렇게 화려한 날개짓을 저 바다 건너서 시작했다.
그저 그런 배우가 될 뻔했다. 연기는 잘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진 못했다. 이모, 고모로 늙어가 엄마가 되고 그렇게 세월에 휩쓸려 나갈 뻔 했다. 그러나 김해숙은 드라마 [가을동화] 로 자신의 모든 열정을 불태우며 중견배우로서 가장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만의 '길' 을 열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보인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가을동화] 에서 심금을 울리는 내면연기를 통해 김해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연기자로 사람들 앞에 당당해졌다. 언제나 캐릭터를 받아들면 "이 여자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이 여자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를 먼저 생각한다는 이 배우, 얼굴이 망가지는 건 두렵지 않아도 캐릭터가 망가지는 건 수치스럽고 두렵다는 이 배우는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 본연의 욕망을 초월해 진정한 배우로서의 '이상향' 을 발견해 냈다.
2000년대 이후로 김해숙은 고두심을 능가하는 중견배우의 상징이 됐다.
어떠한 캐릭터도 귀신 같이 소화해 내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한 깊은 눈빛은, 그것이 마치 실제인냥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심금을 울렸다. 김해숙은 며느리를 시집살이시키고, 다짜고짜 결혼을 반대하는 뻔한 엄마 캐릭터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이 배우는 늙은 나이에 딸의 남자친구를 사랑하기도 하고, 조직의 보스이기도 했으며, 철부지 남편 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조강지처였고, 악독한 시어머니였다.
김해숙은 표정만으로 연기를 하는 예사 배우가 아니다. 그녀는 눈과 코와 입과 몸짓으로 모두 연기한다. 철저하고 정확하게, 그러나 대단히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마치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그녀 존재의 일부인것마냥 김해숙의 연기는 조금의 빈틈도, 흐트러짐도 없이 정갈하고 깔끔하며 담백하고 진솔하다. 그래서 김해숙은 천재이고, 깊은 내면의 연기자이며, 눈 떨림 하나에도 전율을 줄 수 있는 진짜 배우다.
이렇듯,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 근면함과 성실함은 '평범한 그녀' 를 '비범한 배우' 로 각인시켰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김해숙의 연기력은 세대불문,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든 강한 인상을 남기며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열정과 연기력 덕분에 그녀는 이 시대 가장 '핫' 한 중견배우이자, 가장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할 수 있는 여배우가 됐다. 어리고 예쁜 김옥빈과 함께 한 레드카펫에서도 당당함과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던 김해숙의 모습은 감히 '젊은 것' 들은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적어도 김해숙은 여느 여배우처럼 예쁜 외모를 무기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도 않았고, 수 많은 광고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팔지도 않았다. 김해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곳은 언제나 카메라가 돌고 수 없이 이어지는 대사들이 부딪히는 그 곳, 감독의 큐 싸인과 스태프들의 땀방울이 흥건한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곳', 바로 그 곳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김해숙은 눈물과 땀 냄새가 진동하는 그 '삶의 현장' 속에서 여전히 삶을 드러내보이는 배우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재능과 노력, 열정의 황금비율로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나이 들어갈수록 절정으로 치달아가고 있는 김해숙에게 남아 있는 꿈은 무엇일까. 아마 끊임없이 연기하는 배우로 살다 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전설적인 여배우' 로 기억 되는 것 그 뿐이 아닐까.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으로 "여배우" 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증명해 가고 있는 이 여배우야 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존경해야 하는 '이 시대의 장인' 이다.
김해숙! 당신이야 말로 진정한 '칸의 여주인공' 입니다.
출처 : http://v.daum.net/link/3196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