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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와 이범수의 너무 늦은 만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3. 09:05

올바른 길을 찾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나 할까요. 갈피를 못 잡고 소녀시대의 애교 놀이와 공포 체험으로 빙빙 돌기만 하던 일밤, 소녀시대의 공포영화 제작소가 드디어 슬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범수의 등장은 이제야 이 프로그램의 방향이 영화제작과 주인공 발탁이라는 목표를 향해 간다는 무게감을 실어 주었어요.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웃음을 제공해주는, 리얼리티는 아니지만 어설픈 예능도 아닌 적절한 긴장감을 획득하는데 어느 정도의 소득을 얻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서야, 그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사그라진 후에야 나타났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에요.


소녀시대를 위한 연기 지도 선생님으로 이범수를 선택한 재작진의 판단은 매우 탁월해 보입니다. 그 자신이 훌륭한 연기자이자 영화배우이고 비록 망하기는 했지만 ‘고사’에서 이미 공포영화에 대한 경험도 가지고 있죠. 연기 지도의 경우에 있어서도 하정우, 김강우 같은 젊은 연기자들과 함께 호흡한 적도 있고 가수 출신의 김동완도 영화 촬영을 위해 그의 도움을 받았었죠. 예전의 ‘동거동락’과 최근의 무릎팍 도사, 패떴 출연에서 보여주었듯이 예능에도 좋은 감각을 보이는 그는 프로그램의 흐름을 자신을 중심으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기자이기도 하죠.


이번 주 출연분에서도 그는 적당히 진지하면서도 적당히 늘어진, 딱 프로그램이 원하는 수준의 연기 지도 선생님의 역할을 충분히 보여 주었습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선물 고르기와 버스 안 인터뷰로 시간을 까먹기도 했고, 8명의 소녀시대 멤버들을 짧은 시간 내에 돌아가며 이야기 하느냐 이번 주 방송에서 이범수가 보여준 연기 지도라고 해봤자 원론적이고 매우 단편적인 몇 마디 충고에 불과했지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조혜련의 어설픈 연기지도에 비교한다면 훨씬 더 납득이 가는 모습이었어요. 받아들이는 출연자들의 자세도 분명 다르게 보였구요. 실제 나타나는 효과나 연기력 향상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겠지만, 주말 버라이어티 화면에 비춰지는 그녀들의 모습은 이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죠. 물론 이런 지도에 맞춘 소시의 노력이 같이 보인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에요.



특히 전 소녀시대의 진지해진 모습이 무엇보다 좋아 보이더군요. 여전히 아이돌 특유의 과도한 리액션도 있었고, 난데없는 효연의 춤사위나 티파티의 노래는 좀 당황스러웠었지만, 전체적으로 연기 그 자체에 몰입하는 자세가 골고루 선보인 것도 이번 주가 처음인듯 합니다. 기존에 수영과 태연, 유리에게 편중되었던 방송 분량도 그동안 화면에 잘 잡히지 않던 다른 맴버들에게도 골고루 분배된 느낌이구요. 이범수의 진지한 리드 덕분이긴 하겠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들 역시 연기자로서의 장, 단점을 따지면서 좀 더 명확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는 것도 소녀시대에게는 좋은 소득이었을 거에요.

문제는 이미 말했듯이 이런 모습이 너무 늦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첫 등장에서의 그리 나쁘지 않았던 10%에 약간 못 미쳤던 분당 시청률은 의미 없는 공포 체험과 몰래 카메라로 시간을 허비한 사이에 반 토막이 나버렸습니다. 이미 탄탄하게 자리 잡은 다른 채널 프로그램들과의 경쟁에서 공포영화 제작소는 이미 기회를 놓치고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박2일은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고, 그렇다고 편성을 바꾸기엔 아무리 기운이 빠졌다 해도 패떴을 넘을 수는 없죠. 다른 일밤 동료들에게 기대기엔 상황은 더 절망적입니다. 퀴즈 프린스는 결국 폐지의 길로 돌아섰고, 그마나 조금씩 리얼의 영역에 근접하면서 일밤에서 제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결은 내용의 충실함과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조금씩 힘을 쓰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황정음, 김용준의 안습인 인지도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만큼의 뒷심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구요.



그러니 소녀시대와 이범수의 만남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뽑아낸다 해도 점점 가라않고 있는 추세를 반등시키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소녀시대의 팬들만이 남고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결코 일밤의 몰락을 막을 수 없습니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프로그램이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획이었기에 너무나 아쉽네요. 꾹꾹이 서현의 눈물은 이대로 아무런 울림을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질 공산이 큽니다. 본격적인 영화 제작을 위한 발걸음이 이제야 겨우 초입에 들어선 느낌이지만, 날씨는 벌써 더워지고 있고 예정되어있는 공포영화 촬영을 위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초반에 낭비한 시간들이 더더욱 아깝습니다. 기적의 역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지만, 다음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마땅해 보이지 않으니 공포영화 제작소는 일밤의 추락과 함께 조용히 사라질듯 합니다. 이범수의 활약이 빛이 나면 날수록, 프로그램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제시되는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네요.


출처 : http://v.daum.net/link/3316691/http://raven13.tistory.com/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