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32.3% 시즌3 ‘힘 못받네!’
즐겨 보던 드라마인 아내의 유혹을 민소희의 등장 이후로 끊어버렸다. 막장이고 뭐고를 떠나서 시청하는것 자체가 이젠 힘겹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걸 보니 나와 같은 감정을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
비극의 절정
현존 최고의 인기드라마인 아내의 유혹이 이처럼 수많은 아줌마들을 티비앞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뒤집힌 비극의 요소가 아주 스피디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 그 인기의 비결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비극의 플롯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얘기한다면 급전과 발견 그리고 파토스를 들 수 있다. 급전이란 예상치도 못하게 사태가 180도 반대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하고 발견이란 급전을 통하여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깨닫게 되는 것을 말하며 파토스란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흥분을 의미하게 된다.
한국드라마에서 자주쓰는 수법으로 예컨데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보니 숨겨진 남매였다는 급전을 통해 주인공들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이해하게 되고 거기에서 엄청난 감정의 고통 즉 파토스를 느끼게 되는바 한국만큼 비극의 3요소를 잘 활용하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반대로 급전과 발견의 대상이 주인공이 아닌 복수의 대상에게서 일어나므로 뒤집힌 비극이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이 드라마는 인과성이나 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최악의 면모를 보여주나 비극적요소와 복수가 시청자에게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줌으로써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절정-결말』이 아닌 『절정 -또 다른 절정』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인과성 현실성의 무시를 넘어 이젠 극의 기본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렸다.
모든 이야기를 가진 예술작품은 기본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라야 한다.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로 보다면 이미 이 드라마는 절정을 지나 이제 마무리로 나아가야 하는데 또 다른 갈등으로 이끌어옴으로써 다른 절정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음악들이 절정-절정-절정-결말의 20초음악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드라마로 옮겨간 느낌이다.
이는 크게 봐서 두가지 문제를 가진다. 첫째 또다른 절정을 억지로 끌어오는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라는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그 시대의 건전한 상식을 벗어나서는 그 어떤 공감도 얻어낼 수 없다. 안그래도 떨어지는 인과성 현실성으로 비판받고 있으면서 여기에 정말 말도안되는 설정을 갖다 붙이는건 작가나 PD가 시청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둘째 극의 절정을 이미 경험한 시청자들은 이제 힘이 빠져버린 상태이다. 엄청난 파토스를 경험하였고 복수의 과정에서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이미 경험한 상태이다. 이제 안정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또다른 갈등을 부여하는 것은 마라톤을 뛰고 온 선수에게 또 다시 마라톤을 뛰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극의 기본 구조는 수천년 전부터 연구되어온 최소한이다. 관람자들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전개 형식을 찾아 과거부터 극작가들이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통해 기승전결의 시스템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본 구조를 벗어나는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싶다면 많은 연구와 치밀한 인과성 및 의미부여 등을 통하여 그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돌아서면 까먹을 한낱 드라마에서 사실 그런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고 작가가 그런 시도를 할만큼 역량이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아내의 유혹 그 다음은??
이 드라마를 통해 대중은 엄청난 자극을 받은 상태이다. 방송국 경영진도 바보가 아닌이상 이 드라마의 성공을 통해 이와 유사한 자극 또는 더 큰 자극을 끌어올려고 노력할 것임이 자명하다. 마약도 처음엔 약한 약부터 시작하다 중독 되면 될수록 강한 약을 찾게 된다. 약한 자극에서는 쾌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어떤 자극을 부여하여야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끼겠는가?? 무엇이 되었든 한국의 대중문화 수준은 날이 가면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nermic.tistory.com/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