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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프랑스 ‘칸’을 향해 던진 아카데미의 반격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5. 11:01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프랑스 ‘칸’을 향해 던진 아카데미의 반격

올 해로 81회를 맞은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미국.인도 합작영화인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신분차별과 종교 갈등이 여전한 인도에서 못 배우고 가난하게 살던 자말 말릭이라는 청년이 인도최고의 퀴즈쇼에 출연해 우승하기까지 빚어진 사회적 편견과 자말의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특히 이 작품은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휩쓴 직후 각종 언론매체와 네이버리뷰에서 ‘잔잔한 감동’이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특별하다”고 말하기에는 “평범하다”는 이야기다. 반면 이런 비판도 뒤따랐다. 가령 “인도의 신분차별과 빈부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를 올해 최우수영화로 지목한 아카데미가 왜 미셀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Dangerous Minds, 1995)은 최우수작품으로 선정할 생각을 안했냐?”는 점이다. 그 영화도 미국빈민가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온갖 역경 속에서 훌륭히 가르친다는 내용 아닌가? 또 2004년 종교 갈등을 소재로 제작된 리들리 스콧의 ‘킹덤오브헤븐’이 왜 아카데미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을까? 이 세상 모든 역사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자기비판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것 같다.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는 미국과 유럽의 해묵은 문화대결구조

미국과 유럽 문화계는 오랫동안 대결구도를 지녀왔다. 특히 영화계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관계가 가끔 정치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칸 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국제영화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영화제와 같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 맞선 미국 의 경우 외신기자들이 주는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그렇다. 이는 마치 유럽과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올 한해 누가 문화적으로 더 우월한가?”를 따져보는 결전장으로써 매 시상식 때마다 유럽인과 미국인들의 시선을 다루는 방송언론매체들의 평가가 엇갈렸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인들이 수여하는 세계영화제로써 유일한 것 같다.


프랑스가 미국을 향해 던진 ‘화씨 9.11’

지난 2004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대상)는 마이클무어감독의 ‘화씨9.11’이었다. 그 다음으로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가 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물론 유럽매체에서는 미국영화 ‘화씨9.11’이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 “보기드믄 뛰어난 스토리로 제작된 한국영화 ‘올드보이’가 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점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과 “마이클무어라는 미국인을 통해 본 팍스아메리카니즘의 걸작”이라고 평가되면서 ‘찬반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09년 제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도의 발리우드영화와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진이 합작해 만든 ‘슬럼독백만장자’가 최우수작품, 감독, 촬영, 음악상 등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영화에 대해 추가하자면 올 해 개최된 2009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다시 말해 ‘슬럼독백만장자’가 영어권의 대표적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2009년 부시의 그늘을 벗어난 미국, 이제 세상을 평가하고 싶다?

한편 지난 8년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작품들을 살펴보면 ‘글라디에이터’, ‘뷰티플 마인드’, ‘반지의 제왕’, 시카고, ‘밀리언달러베이비’, 홍콩영화 ‘무간도’를 각색한 ‘디파티드’에 이어 작년 최우수작품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미국적인 시각을 다룬 영화들이 대상을 거머쥐었다. 반대로 미국을 비판한 영화는 시상식에서 여지없이 제외됐다. 따지고 보면 부시행정부의 애국법아래 놓인 미국 문화계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다양성과 진보적 성향이 강한 그 작은 ‘선덴스 영화제’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2009년에 올 해 그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심시위원들이 미국을 넘어 세계인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최우수작품으로 지목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소식일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인도미국 합작 영화가 두 번째로 맞이한 미국發 경제공황과 자국에서 오랫동안 은닉돼온 빈민가를 다룬 영화들을 작품상 후보로 다루지 않아도 세계인들을 향해 미국 최초 흑인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함께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善)’을 추구하는 미국”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약소국들을 침략하고 세계경제위기마저 초래한 미국이 올 해 대통령과 집권당까지 바꾸고 남은 과제가 있다면 그건 선동(프로파간다)가 가능한 ‘문화계’였을 테고, 세계인들을 향해 “미국이야말로 절대적인 선(善”)이라는 말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나라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제법 쓸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올 해 5월부터 개최될 칸영화제에 이어 베를린영화제가 궁금하다. 미국이 저렇게 나왔으니 눈 한 번 지긋이 감고 환영할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전통대로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수상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아니면 4년 뒤에 다시 한 번 마이클 무어감독 차기작품을 최우수영화로 선정할 텐가?



출처 : http://dae6.tistory.com/entry/%EC%98%81%ED%99%94-%E2%80%98%EC%8A%AC%EB%9F%BC%EB%8F%85-%EB%B0%80%EB%A6%AC%EC%96%B4%EB%84%A4%EC%96%B4%E2%80%99-%ED%94%84%EB%9E%91%EC%8A%A4-%E2%80%98%EC%B9%B8%E2%80%99%EC%9D%84-%ED%96%A5%ED%95%B4-%EB%8D%98%EC%A7%84-%EC%95%84%EC%B9%B4%EB%8D%B0%EB%AF%B8%EC%9D%98-%EB%B0%98%EA%B2%A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