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러들 "당국개입 후폭풍 보다 엔캐리 청산에 더 촉각"
2007-05-22 07:36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서울 외환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은행권 딜러들은 외환당국의 개입 후폭풍을 걱정하기보다는 중국발 긴축 소식에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증시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데다 일본, 한국, 인도 증시도 장중 조정을 겪다가 상승세로 전환, 일단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중국발 긴축 영향력은 제한됐지만 지난 2월 차이나 쇼크(중국 증시 폭락)가 당시 달러-원 환율 변동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기억하는 딜러들은 여전히 중국발 긴축에 따른 자산시장(증시) 조정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외, 엔캐리 청산시 달러-원 '롱'에 베팅= "중국 증시는 잇단 거품 경고에도 불구 상승하고 있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모두 과열을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는 폭주 기관차와 같다며 이 같이 우려를 표시했다.
외국계은행 한 딜러는 "이번 중국의 긴축조치가 증시 과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향후 걷잡을 수 없으리 만큼 거품이 붕괴하기라도 한다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며 "이런 시장 기류에 따라 서울환시 참가자들도 무작정 원화 강세에만 베팅할 순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엔 캐리 청산은 곧 기업의 엔화 대출 상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엔화를 갚기 위해 서울환시에선 달러 매수 열기가 일 수 있다. 지금 시장 분위기와는 완전히 상반된 패러다임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딜러는 "특히 서울환시는 엔캐리 청산시 역외가 달러-원 '롱'으로 돌아서고 달러-엔 '숏'을 치면서 엔-엔 재정환율을 통해 차익거래에 나설 수 있는 유인이 크다"며 "따라서 엔캐리 청산으로 글로벌달러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서울환시는 이와 반대 흐름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발 3종 긴축 세트 약발 없다= 지난 18일 중국은 긴축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긴축 내용은 △위안화 변동폭 ±0.5%확대 △예금금리 27bp 인상, 대출금리 18bp인상 △지급준비율 50bp 인상 등이다.
이에 대해 시장전문가들은 중국발 긴축 조치를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긴축 정도는 시장 예상치에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긴축 소식은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제한됐던 게 사실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중국 정부가 이번 긴축 조치로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할 땐 금리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나 금리인상에도 유동성을 억제 못할 경우 정부는 정책 오류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향후 정책 판단에 있어서도 일대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금리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들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도 중국 정부가 이번 긴축 조치 이후 유동성 억제에 실패한다면 통화정책적 대응보단 증권감독 및 규제 강화나 회계기준 변경 등의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청산, 美증시 투매 촉발 가능 <삭소뱅크>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승영 기자= 엔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미국 증시의 투매를 촉발할 수 있다고 삭소뱅크가 진단했다.
25일(미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삭소뱅크의 데이비드 카스볼 애널리스트는 미 증시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카스볼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낮을 때 리스크가 작다는 판단 하에 시장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린다"며 "낮은 변동성은 캐리 트레이드를 부르는 강한 유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여전히 크고 유동성은 미 증시로 흘러들어갔다"면서 "엔 캐리 청산에 의해 미 증시 투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r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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