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뭐가 달라졌나…이번엔 똑똑했다? ‘글쎄’
◆개미들의 귀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증시로 유입될 예비자금인 고객예탁금이 16조원에 육박한다.
개미의 득세는 주가 하락 신호라고 했다. 역대로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르고 난 뒤 사들이는 후행적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투자 이유도, 패턴도 다르다. 과거 개미들은 ‘대박’을 좇아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펀드매니저에 실망해 차라리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개미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 주식시장으로 넣고 있다”고 했다.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아 ‘바보’ 소리를 들었던 과거와도 다르다. 최근 한 달간 투자 수익률이 그리 나쁘지 않다. 개미들의 쌈짓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또 이 추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살펴봤다.
개미들이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매매 비중이 60%를 넘는다. 지난 12일에는 72%까지 기록했다. 2006년 1월 73% 이후 최고치다. 심지어 코스닥에서는 90%를 훌쩍 넘었다.
PB들은 “좋은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고객 문의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증권 담당 기자들에게도 종목을 꼽아달라는 문의가 늘었다. 확실히 개미들은 증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들은 최근 증시에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조정폭을 줄였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지난 2006년 1~5월과 2007년 7~10월, 개인들이 코스피지수 조정을 지켜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 예탁금이 과거 14조~15조원대에 올라서면서 최근 증시는 고공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몰렸나
펀드 불신에 차라리 직접투자
투자 패턴에 변화가 있다. 개미들은 ‘대박’을 좇지만 뒤늦게 들어가 수익률은 ‘꽝’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단순히 허황된 수익률을 좇아 주식투자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매경이코노미는 지난 3월 말 국내 대표 PB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800조원에 육박하는 시중자금이 어디로 움직일지 물었다. 답은 주식이었다. 고객들이 여유자금을 주식에 넣겠다는 답변이 40%를 넘었다. 그런데 펀드에는 냉정했다. 불과 11%만이 펀드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채권(23%)이나 부동산(17%)만도 못했다. ‘반토막’ 펀드의 아픔이 크다는 얘기다. 김태정 대우증권 포항지점 PB는 “펀드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다”며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통계를 봐도 ‘펀드 탈출, 증시 유입’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고객예탁금은 연초부터 4월 중순까지 6조원 이상 늘어났다. 반면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 잔액은 각각 5000억원과 4조1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매경이코노미 PB 설문조사 결과와 궤를 함께하는 수치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성난 투자자금(Angry money)’이라는 표현을 썼다.
“약세장에서 유입되는 직접 투자자금을 흔히 ‘스마트 머니(Smart money)’라고 합니다. 약세장에 들어왔더라도 주가가 오르면 똑똑한 돈이 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어리석은 돈이 될 뿐이다. 지수가 900선에서 1300선까지 오르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돈을 넣었다고 본다면 스마트 머니라고 볼 수 있지만, 펀드에 대한 반감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목표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코스닥 열풍은 일부 대박을 좇는 개미들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방어주에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운용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비쌀 때 샀다 쌀 때 파는 우(愚)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투자 성적도 나쁘지 않다. 국내 대표 PB 50인의 의견을 들어보면, 고객들은 지난 3월 코스피 1100을 넘어 1200선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여윳돈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은 3월 1억원 이상 주식을 거래하는 횟수가 1~2월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올 초만 하더라도 하루 150여건이었던 1억원 이상 거래 고객은 4월 들어서 400건이 훌쩍 넘었다. 상승기에 확실히 올라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나타나는 개인들의 움직임은 문자 그대로 ‘스마트’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지수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매수하고 지수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개인의 순매수와 주가지수의 상관관계로 분석했다. -1에 가까워지면 역의 관계가 높다는 뜻이다. 지난 2007년 10월 이후 개인의 순매수와 주가지수 상관관계는 -0.79였다. 이 수치가 지난해 10월 이후로 따지면 -0.87%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가 상승할 때 팔아 치웠다는 얘기다.
투자 수익률은
펀드보다 낮다
그렇다고 기관과 외국인을 눌렀다는 뜻은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3월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40여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8%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25%를 훨씬 밑돈다. 같은 기간 개인 자금 유입이 많았던 주요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30% 전후의 고른 수익률 분포를 보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4월 들어 따져 봐도 그리 좋지 않다. 평균 등락률은 14.2%. 각각 38%, 15.5%로 나타난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평균에 비해 부진하다.
기관은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주가가 떨어진 종목이 단 하나도 없었다. 외국인은 2.3% 하락한 한국전력 외에 모든 종목이 올랐다. 반면 개인은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8개의 주가가 하락했다.
물론 개인 매수 종목 가운데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도 있다. 2322억원 이상 사들인 하이닉스는 49% 넘게 올랐고 1033억원 순매수한 엔씨소프트는 56% 상승했다. 그러나 주로 KT&G나 한국전력 등 주로 경기방어주에 투자했다고 볼 때 수익률이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기관과 외국인에 밀렸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 중 한 달 내 신규 상장된 종목 5개를 제외한 15개 종목의 최근 1개월 평균 등락률은 24% 수준. 기관이 39%, 외국인이 30%가량 이득을 본 것에 비해 부실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방어주를 산 게 패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유입 추세는
20조원 이상 더 몰릴 듯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주식형 수익증권이 아니라 고객예탁금이다. 한동안 고객예탁금은, 은행의 저축성 예금을 대체할 정도로 급성장한 주식형 수익증권에 묻혀서 증시 수급지표로서의 의미를 거의 상실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2004년 이후 펀드 자본주의라고 부를 정도로 저축자산을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전환하던 가계가 이제 직접투자에 나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 발달 등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의 완화와 분석 기법의 제고, 간접투자의 한계 인식 등이 직접투자를 부추겼다. 그렇다면 직접투자 선호 현상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을까.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던 97년 10월 이후에 1차로 개인 자금이 증시로 들어왔다가 99년에 추가로 유입됐다. IMF 외환위기 탈출 초기에는 고객예탁금 증가세가 주식형 수익증권 증가세를 앞질렀다.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발 빠른 자금들이 주식시장에서 바겐헌팅(잠깐용어 참조)에 나섰다. 주가 상승국면이 중반을 향해 달려갈 때부터 주식형 수익증권이 증가하면서 시세를 견인했다. 이번에는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직접투자 선호현상이 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가계는 2004년 이후 확산된 펀드 대중화로 인해 자산구성에서 더 이상 간접투자를 늘릴 여력이 크지 않다. 간접투자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때까지는 직접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위험선호도가 더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고객예탁금이 앞으로 20조원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간접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98년 중반부터 2003년까지 시가총액 대비 고객예탁금 비중은 평균 3.5%였다. 시가총액 대비 고객예탁금 비중이 3.5%까지 상승한다고 보면 현재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기준으로 봐도 고객예탁금이 최대 24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한계도 있다. 과거 경기가 회복되면 가계는 경기침체기에 풀린 유동성과 소득 증가에 기반을 둬서 위험자산 확대로 돌아섰다. 위험자산 비중이 낮은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변화하면서 위험자산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최근의 고객예탁금 증가는 전반적인 가계의 소득 증가에 기반을 둔 트렌드라기보다는 스마트 머니 중심의 직접투자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 바겐헌팅의 영역(1500선 이하)을 벗어나게 되면 스마트 머니 중심의 직접투자 현상도 누그러질 공산이 큰 셈이다. 주가가 1500선 이상의 상승 궤도로 올라선다면 간접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1500선까지는 정보 획득과 분석에 따른 수익률 차별화, 즉 정보 비대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1500선 이하에서 시장을 산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개인의 직접투자 선호가 모여서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중소형주의 상대 강세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
[개미들 어디서 정보 얻나]
■ 주식 전문 사이트·증권사 HTS
시중에 주식 정보가 넘쳐난다. 경제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주식전문 사이트,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전자공시시스템, 각종 인터넷 포털 카페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가 많다 보니 알짜 정보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욕구는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동호회를 조직해 직접 기업을 탐방하는 일도 늘었다.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주식 전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팍스넷, 싱크풀 등이 꼽힌다. 국내 주식 투자전략, 종목분석은 기본이고 국외 증시도 상세히 알려준다. 실시간 방송과 강좌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증권사 HTS를 적극 활용하는 개미들도 늘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 10명 중 8명(79.6%)이 HTS로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HTS의 정보량이 늘어나고 활용기능도 다양해졌다.
HTS를 통해 자동로스컷, 자동주문 등 복잡한 매매기법을 구사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증가하는 추세.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방송 서비스에서도 쏠쏠히 정보를 얻는다. 주식 고수들이 나와 투자전략과 보유종목에 대한 관리 방법 등을 알려준다. 메신저 기능을 통해 방송 중 컨설턴트와 실시간으로 상담도 해준다. 시세 변동 시 문자서비스(SMS)는 기본이다.
대우증권(온메이트), 현대증권(생생 스톡 라이브), 한국투자증권(이프렌즈에어), 키움증권(채널K) 등이 꼽힌다. 삼성증권은 최근 자사 인터넷증권 방송인 ‘애플TV’를 통해 ‘온라인 IR’ 서비스를 선보였다.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만나기 어려웠던 기업 IR 담당자를 정기적으로 초청, 투자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해준다.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동호회를 결성하거나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해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주식정보를 얻기보다 회원들과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실전감각을 배우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카페의 증권정보채널, 주식투자로 100억만들기, 부자아빠 주식카페 등이 있고 네이버는 딸기아빠의 ‘재무설계/펀드 이야기’, 손자병법 투자연구소, 오늘의 유망주 등의 사이트가 유명하다.
딸기아빠 사이트 운영자인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부장은 “요즘엔 직접 카페나 동호회를 통해 종목을 조직적으로 연구하면서 외국인과 기관들이 주로 사는 종목들을 따라 지능적으로 매매한다”고 말했다.
[개미투자자, 별칭도 각양각색]
■ 불개미·병정개미·온에어 개미 등
요즘 개인투자자를 일컬어 ‘불개미’라고 부른다. 시장을 낙관적(Bull)으로 보고 무섭게 뛰어든다고 해서 붙여졌다. 주식시장은 불개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개미들이 있다. 거래금액, 투자방식, 투자목적에 따라 그 종류와 이름도 다양하다. 주식시장에 쓰이는 다양한 개미 용어를 정리해봤다.
슈퍼개미:자산 규모가 큰 개인투자자를 일컫는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거래한다. 최근엔 단순투자를 넘어 경영참여도 시도한다. 상장기업에 대한 지분을 5% 이상 취득해 기업과 시장을 좌우한다. 대표적인 슈퍼개미로 ‘압구정동 미꾸라지’ ‘목포 세발낙지’ ‘울산 문어’ 등이 꼽힌다.
왕개미:슈퍼개미보다 거래금액은 적지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거액 개인투자자.
개미의 계급과 역할에 빗대어 개인투자자를 여왕개미, 병정개미, 일개미 등으로 나눠 부른다.
여왕개미:자금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읽어나가며 선도하는 개인투자자.
병정개미:최근 같은 장의 큰 변동기에만 공격적으로 매매하는 투자자.
일개미:장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매매하는 투자자.
주식투자를 생업으로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전업개미와 직장개미로도 나뉜다.
전업개미: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개인투자자.
직장개미:직장을 다니면서 용돈을 버는 개인투자자.
이 밖에 증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소개되는 종목에 무조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가르켜 온에어(On Air)개미로 부른다.
잠깐용어
바겐헌팅(Bargain hunting) : 일종의 저가매수 전략. 기업가치와 주가 간의 격차가 큰 주식을 찾아 사들이는 고수익·고위험 투자전략을 말한다.
[명순영 기자 / 김충일 기자 /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출처] 주식시장은 ‘개미공화국’…펀드 깨서 증시로 ‘고고’ |작성자 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