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발 금융위기 가능성 경고음
김유림 기자 | 05/03 09:15 | 조회 1543
헤지펀드발 금융시장 위기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미국 뉴욕연방은행은 98년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고 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일본 금융감독 당국은 헤지펀드 규제 강화를 선언했다.
선진7개국(G7) 국가 중 헤지펀드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은 헤지펀드 운용에 제한을 가하고 리스크를 파악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시장 규모 1조4000억불, 내용은 베일속
뉴욕연방은행은 1조4000억달러대 헤지펀드 시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토비어스 아드리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헤지펀드간 상관도가 매우 높고 수익 구조도 비슷해 리스크가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 전략과 포지션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헤지펀드들이 유사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면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포지션을 정리하고 떠나면 금융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서 98년 LTCM사태와도 유사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도 대출 기관이 헤지펀드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남발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일본 금융감독청(FSA)도 헤지펀드의 일본내 투자를 모니터하는 한편 매년 의무적으로 운용 자산을 공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헤지펀드들이 주로 어떻게 자산을 투자하는지에 대해서도 감시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헤지펀드 감시 수위를 높인 것은 헤지펀드의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공개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들어 연금펀드와 보험펀드 등 보유자산이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헤지펀드 투자자로 가담하면서 감독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 대규모 차입투자, 위험도 증가
헤지펀드발 금융 위기 가능성의 가장 큰 근거는 이들이 무리한 차입투자(레버리지)를 남용한다는 점에 있다. 이들은 이렇게 빌린 돈을 리스크가 매우 큰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망할 경우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수 있다.
롱텀 사태 이후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아마란스어드바이저는 지난해 9월 단 일주일만에 천연가스 선물 투자 손실로 90억달러 중 60억달러를 공중에 날렸다. 이들이 집중 투자한 천연가스 선물시장 변동폭은 주식시장의 5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8년 금융시장 위기를 불러온 롱텀캐피털은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와 수학자, 컴퓨터 과학자 등 내로라 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만든 헤지펀드 운용사였지만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 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최고 헤지펀드로 명성을 날렸던 롱텀은 아시아 외환외기와 러시아의 외채상환 유예선언(모라토리엄)이 겹쳐 신흥시장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전체 자산의 90%가 넘는 48억 달러를 날리고 파산했다.
◇ 미-영이 규제에 소극적
올해 G7 회담의 주요 의제 역시 헤지펀드 규제다. 그러나 국제 자본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영국이 규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규제가 가시화될 가능성은 적다.
미국 정부는 헤지펀드가 글로벌 경제에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헤지펀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독일에서 개최된 서방선진 7개국(G7)회담에서 독일과 프랑스 등이 강력 주장한 투자내역 공개 등 직접적 규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독일은 헤지펀드가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헤지펀드 운용에 제한을 가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헤지펀드의 리스크를 상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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