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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 `단기전 마술사' 들의 향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23. 09:13

 [1회초 쓰리런 홈런을 쏘아올린 추신수/ ⓒ 로이터]


한국야구 야구의 저력을 다시한번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그리고 한국야구를 `스몰볼' 이라며 오해하던 본토야구인들에게 대포까지 갖추고 있는 팀이란 것도 주입시킨 경기였다.
한국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준결승전에서 중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를 10-2로 물리치고 결승에 선착했다. 승부는 초반에 갈렸다.

한국은 1회초 선두타자 이용규의 볼넷에 이은 정근우의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놓친 바비 어브레유의 실책으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맞는다. 다음 타자 김현수의 좌전적시타로 간단히 선취점을 뽑은 한국은 김태균의 중전안타까지 터지며 무사 만루의 황금찬스를 이어간다. 다음타자 이대호는 투수땅볼.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 WBC 들어 컨디션 저하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빅리거 추신수가 다저스 스타디움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쓰리런 홈런까지 터트리며 단숨에 5-0으로 달아나 버린다. 1회초 베네수엘라 수비가 만들어낸 참극이었다. 베네수엘라는 1회에만 실책성 플레이 4개(기록상 에러는 2개)를 남발하며 한국의 타자일순을 허용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한번 불붙은 한국의 화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회초 김현수가 2루타로 만든 득점 찬스에서 4번 김태균이 다저스 스타디움 좌측펜스를 넘기는 투런홈런까지 쏘아올리며 7-0까지 스코어차이를 벌렸다.
사실상 준결승전의 승패가 갈린 홈런이었다.
3회말 베네수엘라는 9번 스쿠타로부터 시작해 차베스-모라의 3타자 연속 안타로 1득점을 획득하며 추격을 시작하지만 믿었던 3번 어브레유와 4번 카브레라가 범타로 물러나며 더 이상의 추가득점은 올리지 못한다.

4회초 한국은 다시한번 상대의 실책으로 점수를 뽑어낸다.
3회말 수비때 정근우를 대신해 경기에 투입됐던 선두타자 고영민의 2루타와 김현수의 볼넷으로 맞이한 무사 1,2루에서 김태균이 삼진(석연치 않는)으로 물러난 후 이대호 타석때 상대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의 1루 견제구가 빠지면서 2루주자 고영민이 홈인. 8-1까지 달아났다.

6회초에는 1사후 김현수의 좌전안타에 이은(대주자 이종욱) 도루와 김태균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에서 이대호의 우전적시타로 한점을 더 보태며 9-1까지 점수차이를 벌려놓는데 바뀐 투수 빅터 잠브라노의 구위로는 한국타자들을 상대하긴 벅차보였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최정이 바뀐 투수 빅터 모레노에게 희생플라이까지 쳐내며 한국은 기여코 10득점을 채운다.
베네수엘라는 7회말 5번 카를로스 기옌이 선두타자로 나와 윤석민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기록하지만 윤석민이 물러난 후 한국의 막강 불펜진들의 활약에 더 이상의 점수는 얻지 못한다.

[내가 한국의 알버트 푸홀스다. 2회초 투런홈런을 친 김태균/ ⓒ 로이터]


▶ 스스로 자멸한 베네수엘라 & 김태균 VS 카브레라의 4번타자 대결

베네수엘라는 이날 경기에서 무려 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기록상의 실책은 5개지만 세밀하게 관찰하면 실책으로 줘도 무방할 미스플레이가 3개 정도는 더 있었다. 아마야구에서도 흔히 볼수 없는 어이가 없는 수비. 사실상 준결승전의 승부는 베네수엘라의 있을수 없는 에러남발이 결정타였다. 선수단 전원이 `그날' 이었나 보다.  이번 대회들어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김태균과 미겔 카브레라의 4번타자 싸움도 김태균의 완승으로 끝났다. 김태균이 5타석 4타수 2안타(투런홈런 포함)로 초반 승패를 결정짓는 맹활약을 펼친데 반해 카브레라는 4타수 무안타(삼진 1개)에 그치며 작년시즌 아메리칸리그 홈런왕(37개)의 체면을 구겼다. 카브레라는 특히 수비에서 불안함을 수시로 노출하며 베네수엘라 내야수들의 `안심송구'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 추신수 드디어 폭발하다

개인적으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던 장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추신수는 그동안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타격으로 선발라인업에서도 자주 빠지는등, 주력선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빅리거들을 상대로 해서는 꼭 필요했던 추신수는 1회 첫타석에서 다저스 스타디움 센터펜스를 넘어가는 쓰리런 홈런을 쳐내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에서 탈출했다. 상대투수 실바의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페스트볼을 그대로 통타했는데 배팅 타이밍은 물론 몸의 밸런스도 완벽한 스윙이었다.
이 홈런이 계기가돼 24일 결승전에서도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

▶ 홈런 때문에 가려진 김현수의 3안타, 그리고 이대호

사실 야구는 결과론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그날 경기에서 결정적 타점을 올린 타자가 주목을 받는것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시발점' 이란 멍석깔기로 눈을 돌리면 3번타자 김현수의 오늘 활약은 한국 승리의 절대적이었다. 김현수는 1회초 한국의 첫안타이자 선취점의 적시타는 물론 2회초 1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간후 김태균의 투런홈런까지 불러오며 6회초 대주자 이종욱으로 교체될때까지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한국야구의 보물이자, 이젠 국제대회 경험까지 쌓은 그야말로 `타격기계'로 성장을 끝마쳤다.

이대호 역시 비록 팬들이 기대했던 홈런포는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6회초 세번째 타석에서 우전적시타점을 올리며 타격감을 유지했다. 안타 직전에 때린 파울홈런이 안타까울 정도다. 허리가 빠지면서 뒷손목을 빨리 덮을수 밖에 없었는데 슬라이스가 생길수 밖에 없는 타구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게 넘어갔으면 눈에 보이는 기록이 전부인것처럼 그리고 그런 전부에서 잠시 비켜있었던 이대호의 진가를 다시한번 볼수 있었을텐데... 어찌됐던 결승전에서는 이번 대회들어 손맛을 보지 못한 한을 풀길 기대한다.

[WBC 준결승전 승리투수 윤석민/ ⓒ 로이터]


선발 윤석민의 호투 & 불펜투수들


타선에서 추신수와 김태균의 홈런쇼가 있었다면 디펜스는 당연 윤석민의 호투가 승리의 버팀목이었다.
윤석민은 이날 최고구속 149km의 페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제구력까지 동반된 서클 체인지업을 주무기 삼아 베네수엘라의 강타선을 요리했다.
6.1 이닝동안 단 2실점(7피안타 1볼넷 4탈삼진)한 윤석민은 `눈물의 씨앗'인 4사구를 7최말 오도네즈에게 내줄때까지(이번 대회 첫 볼넷) 만점 제구력을 선보였다.

비록 기옌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3회말을 제외하곤 이날 허용했던 안타를 모두 산발로 처리하며 멋진 위기관리 능력도 덤으로 보여준 피칭이었다. 결승전에는 등판하지 못하지만 만약 한국이 우승한다면 윤석민의 공로도 반드시 기억해줬으면 싶다.

정대현-정현욱-임창용으로 이어진 계투진들은 언급하기에 입이 아플정도로 믿음직스런 투수들이다.
역시 금일 경기에도 차례로 등판한 이들은 정대현이 7회말 두명의 타자를 잡고 내려간 이후 류현진이 한타자(차베스)만을 상대하며 이닝을 끝마쳤다. 8회말에 등판한 정현욱은 비록 어브레유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1.1이닝동안 탈삼진 3개를 잡으며 `믿을맨'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임창용 역시 9회말 1사후에 두명의 타자를 범타로 처리, 한국 투수들의 다양한 피칭 스타일을 베네수엘라에게 각인시키며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다.

이제 한국은 당초 목표로 잡은 4강 진출에서 한걸음 더 내딛었다.
내일(23일) 일본과 미국의 또다른 준결승전 결과에 따라 상대팀이 결정되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야구의 힘은 미국본토 야구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한 경기내용이었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팀이 결승 상대가 되더라도 지금 우리팀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해볼만하다.
다르빗슈와 피비중 과연 우리는 어떤 투수를 결승전에서 만나게 될까. 대한민국 야구 만세다.


덧) 개인 사정상 리뷰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못한점 이해바랍니다.
     WBC가 끝난 후 특집을 기대해 주시길.




출처 : http://hitting.kr/entry/WBC-%ED%95%9C%EA%B5%AD-%EB%8B%A8%EA%B8%B0%EC%A0%84%EC%9D%98-%EB%A7%88%EC%88%A0%EC%82%AC-%EB%93%A4%EC%9D%98-%ED%96%A5%EC%97%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