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껌값이라 불리던 껌이 해외매출 1위한 배경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1. 09:01

최근 식품과 관련한 눈길 끄는 통계자료가 보도됐습니다.

우리나라 식품 가운데 단일 브랜드로 지난해 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이란 내용입니다.

이어 2위는 1617억원 어치가 판매된 농심의 신라면이고,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려 3위에 랭크됐다는 것입니다.

이 때 매출액은 국내에서 생산해 외국에 내다판 수출과 해외의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판매한 액수를 합한 겁니다.



껌이 해외 판매 1등이라는 이 기사를 읽다보니 오래전 식품업계 관계자들이 들려준 '숨어 있는' 식품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바로 식품과 부피와의 상관관계 입니다.

뭔 말인고 하면 해외에서 1800억원 어치가 판매된 자일리톨껌과 1617억원 어치가 팔린 신라면의 '부피'를 한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올겁니다.

이 경우 롯데입장에서는 "그 쑥스럽구먼.부피로 따지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1위에 올랐으니"하는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농심 입장에선 "큰 산 하나가 될 만큼 팔았는데도 하찮은 껌한테도 밀려 2등에 머물렀네"라고 볼멘소리를 할 지도 모르겠고요.

10년 전쯤의 기억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잘 알다시피 이 당시만 하더라도 '하찮은 가격'을 말할 때 '껌값'이라고 표현했지요.

하지만 롯데가 지난 2001년 국내 시장에 자일리톨껌을 처음 내놓으면서 이 말을 함부로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당시 이 껌 한통의 가격이 무려 5000원이나 됐던 까닭이지요.

지금은 많이 할인해 주지만요.

롯데 자일리톨껌은 이러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대 히트식품으로 부각됐고 전체 껌 시장을 엄청나게 키웠습니다.

이 제품이 이처럼 단기간에 크게 히트한 배경은 껌을 씹는데도 치아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제품력 등 여러 요인이 꼽힙니다.

그러나 이 제품이 히트하는데 잘 드러나지 않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바로 높은 가격에 비해 부피가 작다는 것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취급이 쉬울 뿐 아니라 할인점 등의 판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잘 보이는 위치에 진열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일리톨껌은 이에 따라 당시 판매점에서 '단위면적당 매출액'이 가장 큰 식품이란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겠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회사 영업사원들이 식품중에서 자일리톨껌에 대한 영업에 가장 열성을 보였다는 겁니다.

만약 자신이 영업맨이라면 부피는 큰데 가격은 싼 스넥류와 부피는 작은데 값이 비싼 자일리톨껌류 중 어느 쪽에 더 주안점을 두게 될까요?

당연히 배달도 쉽고 매출도 더 올릴 수 있는 자일리톨을 선택하겠지요.

이러한 점이 롯데 자일리톨껌이 이번 해외 시장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등극한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달리 농심의 경우 신라면 이만큼 파는데 정말 애 많이 먹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신라면이 브랜드파워가 높긴 하지만 가격에 비해 부피가 보통이상으로 큰 까닭에서 입니다.

라면값이 500원을 하던 시절 식품업계에 라면과 관련한 유행어가 떠돌았습니다.

"라면을 실은 트럭은 운전자가 시동을 걸어놓고 자리를 비워도 훔쳐가지 않는다."

트럭에 가득 실은 라면의 값이 전체 500만~6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설사 이를 훔친다고 하더라도 '처치 대략난감'(홀로 삶아 먹을 수도 없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랐고요.

이에 비해 자일리톨껌을 가득 실은 트럭이라면 1초 내에 누군가 몰고 도망갔을 것이란 얘깁니다.

식품업계는 자신 비지니스를 설명할 때 '쩐(전)떼기 장사'라고 합니다.

여기서 전은 원 단위 밑을 말합니다. 

식품의 판매 마진이 그만큼 박하다는 얘깁니다.


출처 : http://blog.hankyung.com/jsyoon/243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