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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와 팀 성적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8. 08:43

오늘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에 당분간 윤석민 선수를 기용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는 원래 한기주 선수이죠. 최근에 있었던 몇 경기에서 한기주 선수가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연속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오늘과 같은 결정의 이유였을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한시적인 운용이라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윤석민 선수의 컨디션도 썩 좋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는 지켜봐야 될 것 같긴 합니다. 팀의 에이스 투수가 마무리 투수로 전업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임에 분명하지만, LG트윈즈의 김재박 감독도 시즌 전에 마무리 투수로 봉중근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마무리 투수도 역시 에이스급의 투수로 꾸려야 한다는 거겠지요.(WBC에서의 활약을 보고 철회하긴 했지만요.) 그만큼 팀의 마무리 투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팀의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게 되면 팀의 사기는 (수치적으로 계산하기는 뭐하지만...) 처음부터 지는 것에 비해 몇 배는 더 떨어집니다. 그건 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다 이긴 경기라고 생각하고 팀의 마무리 투수가 나왔는데, 그 투수가 불을 지르고 내려가면 그야말로 팬들은 열불이 납니다. 마무리 투수 본인도 무척 괴로울 겁니다. KIA 타이거즈가 처음으로 꼴찌했던 해 2005년에는 대구에서 삼성과의 경기에서 다 이긴 경기를 마무리로 나왔던 신용운 선수가 역전을 허용하고 경기 후 눈물을 흘렸던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의 한기주 선수도 그랬을 겁니다.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어려운 자리이고, 부담도 큰 보직입니다. 선발 투수의 호투 기준은 6이닝 3실점입니다. 이를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라고 하지요. 하지만, 불펜 투수의 호투 기준은 몇 이닝을 던지든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죠. 한 타자만 상대하더라도 (주로 왼손투수들이 그렇죠) 점수를 주지 않으면 그걸로 본인 역할을 다 한 것입니다.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또한 상당한데,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면 팀이 진 것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마음도 좋지 않은데, 욕은 욕대로 먹습니다.

반대로 마무리 투수가 강하면, 그 팀 선수들은 게임은 8회까지라고 생각이 들겁니다.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는 9회는 하나마나 끝나는 거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거기에 중간 투수까지 강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몇 년 전에 삼성 라이온즈가 그랬습니다. 권오준 -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KO펀치라는 별명이 붙은 계투진이죠. 그 당시 삼성에는 권오준 선수 외에도 썩 괜찮은 중간 투수들이 있었습니다.(제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 선수 이름은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그래서 선발투수가 4~6이닝만 잘 버티면 그냥 게임은 그대로 끝나버렸습니다.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게임 시작부터 조급합니다. 5회 넘어가면 『권오준과 아이들』에 이어 9회에(여차하면 8회에) 오승환 선수가 나올테니까요. 심리적인 영향이 큰 야구 경기에서 중간-마무리가 강한 팀과 상대하는 팀은 몇 수는 접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동렬 감독의 지키는 야구가 빛을 발했던 것도 구위가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로 두지 않고, 중간과 마무리로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해 삼성은 우승을 했지요 아마...

타이거즈 팬은 타이거즈의 성적이 좋았던 때의 마무리 투수를 보면, 더 이해가 빠를겁니다. 선동렬 선수가 마무리로 활약하던 때는 타이거즈가 밥먹듯이 우승하던 때였습니다. 그 이후 임창용 선수가 마무리를 할 때도 꽤나 잘 나갔었고요. 그 이후가 되는 2000년대 이후에는 4강에 오른 적이 몇 번 있습니다만, 번번히 PO, 준PO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고, PO에도 오르지 못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페넌트레이스 꼴찌를 (2번이나;;;) 기록하기도 했습니다.ㅠㅠ 그나마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2006년의 KIA 타이거즈를 보면, 그 때는 초반에는 마무리 투수를 누구를 쓰나 우왕좌왕하다가 윤석민 선수를 마무리로 낙점하고 나서 꽤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아갔고, 전반기에 선발에서 실패한 당시 루키 한기주 선수를 후반기부터 중간계투로 기용해서 나름 단단한 중간-마무리를 구축함으로써 4강에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올해 KIA 타이거즈의 선발진은 8개구단 가운데 최고라고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팀방어율이 무려 3.00으로 1위이고, 실점이 가장 적습니다.(방어율 1위니까 당연히; 쿨럭;)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현재까지 리그 7위를 달리는 팀성적은 중간-마무리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야구팬이라면 모두 다 압니다. 타이거즈의 코칭스텝도 당연히 다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기주 선수가 시즌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알고서도 마무리 투수 대안을 찾지 않고 시즌을 시작한 것이죠. 다른 선수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기고, 한기주 선수가 컨디션 올라올 때까지 팀 운용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용병 투수 중 한 명을 마무리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타이거즈 코칭스텝의 오늘과 같은 결정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만, 선수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윤석민 선수는 다시 선발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코칭스텝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리라고 믿고요. 그리고 한기주 선수 요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작년에 보여줬던 시속 155km를 상회하는 불같은 강속구는 어디로 가고, 140km 중반대의 밋밋한 직구로 승부하려고 하니 차포 떼고 장기 두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본인도 답답할테지요. 일단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시키고 나서 다시 타이거즈의 최강 마무리 투수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때까지 마무리 맡은 윤석민 선수는 워낙 잘하니까 별로 걱정이 안됩니다. 2006년에도 그렇게 잘했었는데, 2년간 업그레이드한 실력이면, 이제 8회까지만 이기면 우리도 100% 승리할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