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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적] 버냉키노믹스

thinks of 2007. 10. 24. 19:54


버냉키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


 

 

 [중앙일보 이경희]


버냉키노믹스

장보형 편저, 유비온,

512쪽, 2만4000원


그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인다.



각국의 중앙은행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일 수 없다. 2006년 2월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벤 버냉키는 세계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1년여, 버냉키의 경제전략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대략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시점이 왔다. 이른바 '버냉키노믹스'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연구하는 건 오늘날 경제활동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이들에게는 필수다. 연준은 미국만의 연준이 아니라 '글로벌 헤게모니'를 기반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지은이는 뛰어난 경제학자였던 버냉키의 행로를 탐색한다. 버냉키는 2000년 '대공황 연구'를 내면서 스스로를 '대공황 매니어'라고 불렀다. 공교롭게도 그는 과거 연준의 실책이 미국의 대공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연구 결과를 냈었다. 버냉키는 대공황의 교훈을 통해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인 '물가 안정'은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디플레이션도 관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다. 책의 2부에서는 연준 이사 시절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버냉키의 주요 강연을 중심으로 그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검한다. 이를 통해 금리 조정시에는 언제나 더디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진주의', 초단기 금리가 아닌 장기 금리를 좌우하는 '미래 기대변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기대관리' 등의 버냉키 철학을 끌어낸다. 그린스펀이 '균형 잡힌 비밀주의'를 고수했다면 버냉키는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명시주의'로 이행하고 있다고도 평가한다.


재테크가 인간의 주요 능력으로 떠오르는 요즘, 세계시장이 왜 그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지 궁금했던 투자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내용이다.


이경희 기자 ▶이경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zang2ya/

 

금리 룰렛게임

입력 : 2007.04.03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세계 경제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변수들중 으뜸이기 때문이다. 연방기금 금리의 향방에 따라 세계 자본시장이 요동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이같이 매머드급 위력을 갖고 있는 연방기금 금리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결정한다. 그래서 연준 의장은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통한다.


제14대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 내로라하는 화폐금융분야 교수 출신인 그가 미국 경제 진단을 놓고 명예를 건 시험대에 올랐다. 만약 시험대에서 밀려 떨어진다면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연준의 신뢰에 큰 상처가 남을 처지에 몰려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지기 전에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경기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온건한 입장의 그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월가에서의 영향력이 여전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얼마전 "미국 경제가 올 연말 침체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 이같은 논란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와일드 카드로 떠오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온건한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최근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버냉키 의장의 모두 발언은 A4용지 5장을 넘어섰지만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전반적인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The impact on the broader economy and financial markets of problems in the subprime market seems likely to be contained)`


둘째, `미국 경제는 향후 수분기 동안 완만한 속도로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The economy appears likely to continue to expand at a moderate pace over coming quaters)`


세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예상과는 달리 낮아지지 않을 위험에 주된 정책적 관심을 두고 있다.(predominant policy concern remains the risk that inflation will fail to moderate as expected)`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우려도 상당부분 할애했고, 향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골자는 아니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연준의 조속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쑥 들어갔다.


월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가능성을 의미하는 `추가적인 정책다지기(additional firming)`가 중립적인 `향후 정책 조정(policy adjustment)`으로 수정되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높였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가진 질의응답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비록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등) 두가지의 위험이 동시에 높아진다고 해도 인플레이션 방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자리를 시장의 오해를 바로잡는 이른바 대화의 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사실 FOMC의 통화정책 발표문(성명서)이나 연준 고위 인사들의 빈번한 연설도 따지고 보면 연준이 시장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대화의 수단이다.


특히 버냉키 의장은 취임 초기 CNBC 방송의 인기 여성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와 만나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말한 내용이 화근이 돼 곤욕을 치룬 바 있다. 그 때 버냉키 의장은 올바른 방식의 `시장과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절감했다는 후문이다.


버냉키 의장이 대부분의 연설에선 통화정책에 대해 함구하지만 한번 말을 꺼내면 오해의 소지를 없앤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런 경험과 무관치 않다.


월가에선 버냉키 의장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두갈래로 갈리는 분위기다. 물론 중립적인 입장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한쪽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경기 진단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증권의 폴 카스리엘은 "주택시장의 파급효과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연준의 전망을 믿지 않는다"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반면 버냉키 의장에 대한 지지성 발언 역시 적지 않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존 도나휴는 "서브프라임 시장이 곤경에 처하긴 했지만 모기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작다"며 서브프라임 문제는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모간스탠리의 채권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그린로는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회복할 것"이라며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같은 찬반 양론 처럼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월가의 기대 및 전망은 마치 룰렛게임을 하는 듯 하다. 이를 둘러싼 뉴욕 주식시장의 일희일비가 너무 잦아졌고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해소되기는 난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동성 장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연준은 전국 12개 연방준비은행이라는 막강한 지역적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들을 통해 광범위하게 모집되고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진단을 내린다.


버냉키 의장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보다 현장경험이 적고 카리스마스가 약하다고 하더라도 그의 경기 진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는 이유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그는 성격이 솔직하고 분석력이 뛰어나며, 정치색은 엷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불확실하다면 그 누구보다 정보 우위에 있는 버냉키 의장의 경기진단 편에 서는 것도 룰렛게임에 대처하는 방법중 하나가 아닐까. 자본시장에서 정보력은 곧 돈이요 경쟁력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