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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같이가자 친구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0. 08:39

작년 가을, 그러니까 그 유명한 사직구장 사건이 있을때를 즈음해서, 나는 1박2일이 얼마 못가 하락세에 접어들거라고 생각했다. 이때쯤 1박2일은 백두산이나 백령도 같은 관광지로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공익성 프로그램이 되어갔고, 거기에 대학축제 노래자랑으로 이어지는 퍼포먼스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이런 즈음에 터진 사직구장 스캔들은, 그것이 단지 스캔들이어서라기 보다 먹혔던 아이템들을 다시 써먹는 자기 복제에 빠진 모습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인체가 약 20여년의 성장기를 거치면 그 후로는 노화해 가듯이, 버라이어티, 특히 리얼버라이어티는 캐릭터들이 생겨나고 그 캐릭터들이 관계를 만들며 자리를 잡아가면, 물론 그 중간에 프로그램의 이목을 끌만한 대형 이벤트 한둘이 겹쳐지면, 그렇게 쌓아온 것을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정형이 지겨워지거나, 이보다 뛰어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면 하락세를 타다 종영하곤 한다. 주말 저녁을 호령하던 무수한 프로그램들이 그 완성도나 재미의 요소가 없어서 방송에서 사라졌겠는가?


솔직히 이 즈음의 1박2일은 정점을 치고 내리막을 걷는 것 같았다. 재미는 있었으나 새로움은 없었고, 29번째 여행지가 어딘지 30번째 여행지가 어딘지까지 디테일하게 기억해줄리 없는 시청자들에게는 매주 복불복 야외취침이 이어지는 너무도 익숙한 프로그램이 되가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함을 원할리 없으니, 대안이 없다면 하락세를 탈 것으로 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고 변화를 모색하자니, 무한도전처럼 포멧 자체를 자유롭게 열어두고 마음껏 변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달리 1박2일은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프로그램이었다. 자유여행같은 아이템을 남발하기 어렵고, 무조건 대형 프로젝트를 한다해도 그것 역시 얼마 안가 실증이 났을 터다.

이때쯤부터 1박2일은 변화를 시도한다. 우선 눈에 띈 변화는 편집의 세련됨이었다. 인력을 보충했는지는 몰라도 이즈음부터 전체 분위기를 지키면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소품들이 등장했다. 에피소드와 에피스드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이 소품들은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자막도 꽤 좋아졌다. 이런 소소한 발전적 모습이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여행전문버라이어티이다 보니 원래 그림은 좋았었는데, 워낙 캐릭터들이 소란 스럽다 보니 캐릭터와 그들의 에피소드에 집중되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전체적인 풍경과 여행으로 분산시켰고, 전체적으로는 볼거리를 늘려주었다.

그리고 시청자를 참여시키고, 이번주와 같이 친구들을 동행시키는 형태의 포멧을 선보이고, 또 성공시킴으로 해서, 포멧상으로도 고정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었다. 매주 초호화 게스트가 나오는 패떳과 달리 1박2일은 시청자와 멤버의 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과 멤버들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게스트를 초청하는 것으로 인해 자체의 이야기거리를 늘리는 영리한 방법을 사용했다. 패떳이 게스트가 떠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반면에 1박2일은 게스트가 기존 멤버들의 이야기거리를 늘려줘 게스트가 떠나도 전체 프로그램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1박2일 이번주 방영분에서 김c의 친구인 자우림의 기타리스트는 김c의 인간관계 자체가 다큐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기존 김c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으며, 승기의 친구도 승기의 허당스런 캐릭터를 잘 살려주고 있다. 호동의 친구로 등장한 박광씨는 무한도전식으로 표현하자면 제7의 멤버로 꼽혀도 손색없을 정도의 캐릭터다.

기왕에 무한도전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무한도전은 하하의 군입대로 전진이 투입된 걸 제외하면, 저 멤버로 5년 가까이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멤버가 지겨울만한데도 무한도전이 계속 그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멤버들의 캐릭터가 계속 발전해왔던 것과 함께, 끊임없이 제7의 멤버를 만들어내며 활력을 유지시켰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최코디, 정실장, 미소코디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1박2일도 이런 제7의 멤버들로 까지 그 캐릭터를 확장할 수 있다면, 1박2일도 더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장수프로그램까지 가려면, 지금의 한정된 포멧을 좀더 유연하게, 기존에 쌓아온 것을 더 발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도 필요할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이번주 1박2일은, 아니 요즘의 1박2일은 그 진화의 가능성을 확인시키는데 손색이 없다. 시간이 지나며 지겨워지는 프로그램이 아닌 나날이 발전하는 1박2일을 기대해본다.




출처 : http://b-news.tistory.com/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