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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맛집 소개 프로그램. 낚시좀 그만해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2. 08:49
해외에서 생활해 보신 분들은 공감이 가실지 모르겠지만, 나라밖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 때 제가 가장 사랑했던 프로그램은 웃음가득한 예능 프로도, 고국 돌아가는 사정을 알려주던 시사 교양 프로그램도 아닌 한국 음식을 화면 가득 전해주던 음식 전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지난한 삶 덕분에 왠만한 요리는 왠만큼 할 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떨 수 없는 재료의 벽과 전문 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요? 가만히 앉아서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게 조리되는 음식들을 보고 있자면, 사무치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온갖 상념들이 머리속을 휘감으면서, 침을 꿀꺽 삼킨체 한숨만 푹푹 내쉬게 되거든요. 그래서 가끔씩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여기저기 메모해 놓았던 맛집들 리스트들을 하나 둘씩 꺼내놓고 짧은 시간동안 마음껏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누구와 만날땐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지 하며 일정을 정리하곤 했었죠. 인터넷을 뒤지면, 여러 식객 고수님들의 평들을 찾아볼 수도 있고. 어중간한 TV보다 정확한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지만, 역시 움직이는 화면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시각적인 효과는 저절로 그 맛집으로 발을 이끌어 내게 하니까요.
하지만, 이게 왠걸. 속 알맹이 다 알려주고 정작 위치와 상호명은 얄밉게 가려놓은 가게들을 애써 찾아서 방문해보면,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나오기보단, 몰려드는 사람들 성화에 이리저리 치여서 고생하다가, 막상 맛은 고만고만한 음식에 한숨만 쉬다 나오기 쉽상이죠. 누구에게나 듬뿍 담아준다는 서비스는 찾아볼 수도 없고, 위생상태며 피로에 쩔은 종업원분들의 태도며, 뭐 하나 만족스럽지 않는 음식점들도 여럿 있었구요. 뭐 미각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인지라,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러겠거니 하며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 보려다가도, 주위의 손님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는 것을 보면 꼭 나만 그런 것은 아니로군 하며 허탈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적지 않았어요. 정말 괜찮은 음식점을 소개받은 적도 있었지만, 원래 이런 선택은 좋은 일보단 나쁜 결과가 더 크게 기억에 남는 법이니 않좋은 경험들이 쌓이다보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ㅍ 음식점은 무슨 음식점이란 거죠?;;;
그러니까 여러번 골탕먹은 시청자 입장에서 몇 가지 바램을 말하고 싶어요. 우선 상호명이랑 정확한 위치 좀 속 시원하게 TV에서 말해주면 안되나요? 보여줄거 다 보여준 다음에 간접 광고는 안된다며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름과 위치만 쏙 빼놓고 그러지 말고 그냥 그 집 이름이 뭔지,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줬으면 하네요. 어차피 인터넷 상에는 다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한 번 더 찾게 만드는 귀찮음을 주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 가게를 신뢰하고 소개한다는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두는게 좋지 않겠어요? 지금처럼 괴이한 익명성 속에 숨어서 흐릿하게 정보를 제공해주지 말고 이왕 소개해 주는 것,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를 책임감을 가지고 제공해 달라는 말이에요. 어중띤 정보들로 김 모락모락나는 음식들만 감질나게 던져놓고, 나머지는 시청자들이 한 번 더 찾는 수고를 감수하시라 하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은 없어요.
그리고 이왕 알려 주는 것, 사탕발림 가득한 과장과 칭찬만 이야기하지 말고, 손님들이 유의해야할 부분과 아쉬운 점들도 같이 알려줬으면 합니다.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음식점은 없는만큼, 음식이 어떤 손님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거나 위치가 찾아가기 어렵다거나 같은 불편한 부분들도 공정하게 알려달라는 거에요. 물론 방송에 비춰지는 작은 모습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분들의 사정도 적절히 고려해서 그 수위를 조절해야겠지만, 너무 과도한 상찬들로 기대치만 높여놓는 것보다는 작은 단점들도 상쇄할 만한 좋은 점들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와 혹시 간과할지도 모르는 유의점들도 팁으로 안겨주는 것이 좋은 맛집들을 더 빛나게 해줄 것입니다. 그래야 손님들이 여러가지를 고려한 뒤에 적절한 기대감을 가지고 찾아갈 수 있을 것이고, 만족할만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을테니까요.
한가지 더 아쉬운 부분, 가장 큰 불만을 지적하자면, 좀 더 신중하게 맛집들을 선정해 달라는 거에요. 굳이 제작진에게 뒷돈과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음식점들이 방송을 탄다느니, 실력과 맛보단 이런 저런관계로 이어진 가계가 더 유명세를 탄다는 뒷담화 이야기의 진위를 따지진 말기로 해요. 하지만 적어도 이젠 각종 음식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하다는 음식짐에 들어가도 불안불안해 하며 결국 실망하고 돌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죠. 다양한 기호를 반영하면서도 그 근본에는 순수한 맛과 실력이 기준이 되는, 선정된 맛집이 쌓이면 쌓일 수록 그 프로그램의 딱지를 붙이고 있는 가계에 대한 믿음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높아질 것입니다.
대표적인 애증의 음식프로그램;;
그러니까 드라마만 봐도 뻔히 광고라는게 보이는 각종 협찬들과 간접 광고들이 넘실거리는 세상에, 얄팍한 가림막으로 정확한 모양은 가린체 시청자들의 요구들을 정면으로 마주보지 못하는 음식 프로그램들의 소심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에요. 맛집이 맛집답지 못하게 하는 여기저기 가득 찬 허세와 과장이 보기 싫다는 말이구요. 고개 한번만 싹 둘러봐도 이 프로그램에 나왔네, 언제 방송됐네 라고 자랑하는 음식점들은 많지만, 정말 맛집이네 하며 단골 명단에 기꺼이 이름을 올리고픈 식당들은 점점 들어드는 괴이한 상황도 이상하잖아요. 글이 너무 빡빡한가요? 밤중에 고픈 배를 부여잡고 TV 다시보기로 맛집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정말 저기가 맛있을까 하면서 자연스레 의심부터 하는 제가 짜증이 나서 그래요. 신뢰의 위기라는 거창한 구호를 이런 맛집 프로그램에서부터 발견하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출처 : http://v.daum.net/link/3221881/http://raven13.tistory.com/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