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WBC, 일본과의 또 다른 전쟁 … 일본어 광고판 '우후죽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9. 08:42


일본과의 또 다른 전쟁 … 일본어 광고판 '우후죽순'

스포츠도 어쩔 수 없는 산업이다. 숭고한 스포츠 정신을 그 바탕에 깔고 있지만 스포츠를 둘러싼 세계의 관심이 상당한 이상 스포츠는 산업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밖에 없다. 산업적으로 스포츠가 발전했다면 그 전제 속에는 해당 스포츠의 발전이 깔려있다. 인기가 없고 실력이 부족한 스포츠가 어찌 산업과 만날 수 있으면 돈이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바라보는 시선은 새삼 한국 스포츠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은 18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꿰차며 4강행을 확정지었다. 아시아라운드에서 콜드패를 당하며 '도쿄돔의 충격'을 맛본 우리에게 일본으로 하여금 연속된 승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순수 스포츠의 범위를 살짝 넘어 산업의 측면에서, 더 나아가 마케팅의 측면에서 일본의 모습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WBC 2라운드는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인터넷을 통해 생생해 중계되었다. 하지만 만약 해설자가 계속해서 해당 경기장이 '펫코파크' 임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타석 뒷쪽의 보드에 '펫코파크'라고 적힌 작은 엠블렘이 없었다면 과연 이 경기장을 어느 경기장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까.

예상컨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본의 어느 경기장이겠거니 하고 짐작할 것이다. 물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계화면에서 타자와 투수의 대결이 가장 빈번하게 잡히는 화면인 것은 분명하다. 그 화면 속에 등장하는 것인 타자 뒤쪽에 마련된 광고판이다. 그런데 중계 화면에 잡히는 WBC의 광고판은 일본 기업의 독차지였다. '그린보드' 형식의 광고판은 주기적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변한다고 해도 역시 일본 기업의 광고만이 계속해서 등장할 뿐이다. 이번 제2회 WBC는 총 48개 기업의 스폰서를 유치했다고 한다. 이는 글로벌과 로컬 스폰서로 분리되어 있다. 그 중 일본기업 비율이 상당한 것만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MBC9시뉴스데스크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광고가 일본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국 스포츠 경기가 아닌 WBC와 같은 국제적인 경기를 두고 일본 기업들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제쳐두고 자국어인 일본어로 광고를 내걸었다. 물론 WBC 실제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초록색의 '그린보드'만 설치되어 있고 중계화면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광고를 전파한다고한다. 중계가 되는 해당 권역별로 광고의 종류도 나누어지나 아시아 지역으로 송출되는 화면에는 일본어 광고가 홍수를 이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일단 일본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자국에서의 야구인기가 얼마나 크면 WBC 같은 국제행사에 모국어로 광고를 내걸겠는가. 우리나라 기업들도 종종 국제 스포츠 경기에 스폰서로 참여를 한다. 하지만 그곳에 한국어는 없다. 영문으로 된 광고판만이 등장할 뿐이다. 지난 아시안컵 2007 에서 한국기업은 '현대중공업'이 스폰서로 참여했지만 'HYUNDAI'와 'Heavy industry' 라는 영어 문구만을 삽입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안방인 도쿄돔에서 열렸던 WBC 아시아라운드에서의 스포츠 마케팅은 어땠을까. 아시아라운드가 열렸을 적 일본의 WBC 마케팅은 남달랐고 이에 대응하는 대중들의 반응도 달랐다. 맥도날드는 일본 내 WBC 아시아라운드 기간에 대대적인 마케팅 행사를 선보였다. 맥도날드의 모든 점포에는 WBC를 알리는 포스터가 내붙어졌다. 구매고객에게는 WBC 기념 '파일'일 제공되었는데 이것을 받기 위해 줄 잘 서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은 더 긴 줄을 서는 모습이었다.


이번 WBC에서 일본과 3번의 맞대결 동안 우리는 울고 웃었다. 그 와중에도 가장 크게 비유했던 것은 일본팀과 우리 선수단의 연봉 비교였고 야구팀이 있는 일본 고교팀 숫자와 우리나라 고교팀의 숫자였다. 이 밖에도 일본에는 6개의 돔 구장이 있는데 우리는 단 한개도 없다는 지적도 잇다랐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은 2번 꺾었다. 환경적인 불리함을 딛고 일본은 이겼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우리가 '투혼'을 무기로 승리할 수는 없다.

투혼과 두지라는 무기가 더 큰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뒷받침이 선행되야 한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과 인기는 이미 증명되었다. 우리 야구가 산업과의 만날 수 있는 전제조건을 이미 갖춘 셈이다. 작금의 경제난이 힘들고 고달파도 미래를 내다보는 가치를 생각해서 그동안 못다한 산업과의 만남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WBC와 같은 국제 경기에서 한글로 적힌 광고판을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우리의 스포츠도, 우리 경제의 경쟁력도 으뜸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출처 : http://owns.egloos.com/4828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