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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로 판명된 ‘경제대통령’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2. 19. 10:37

이명박 정권이 곧 취임 1돌을 맞는다. 이명박 정권의 1년을 경제, 사회, 남북관계, 정치로 나누어 분석하고 남은 4년을 전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기획칼럼: 이명박 정권 1년과 4년(2)―경제

한 중소건설업체 사장을 만났을 때다. 건설 경기가 어려울 게 분명하기에, 인사치레로나마 건설업계에서는 ‘4대강 정비 사업’을 환영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명박 후보에 투표했을 게 거의 확실한 그 사장은 전혀 뜻밖으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4대강 정비 사업을 해도 그 공사를 맡을 대기업만 좋은 일이지, 대다수 중소건설업체는 아무 것도 돌아오는 게 없단다.

4대강 정비사업도 중소기업 건설업체엔 도움 안 돼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 철저하게 ‘재벌 중심’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단 건설업계만이 아니다. 말로만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할 뿐, 재벌과 중소기업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중소기업 도산이 줄 이으리라고 청와대 스스로 분석하고 있으면서도, ‘체제 전복세력’에 대처 방안만 고심하고 있는 게 이명박 정권의 감출 수 없는 모습이다.

여기서 이명박 정권의 경제 정책을 진보적 시각에서 비판할 뜻은 전혀 없다. 그가 애초부터 ‘진보’를 내걸거나 ‘분배’를 강조한 게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 자신있게 내세운 ‘공약’에 근거해 짚어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 정권의 경제정책 평가 또한 대선 때 이명박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후보 이명박은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다. 그는 연 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강국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했다. 그가 내건 ‘경제 살리기’나 ‘국민 성공시대’의 선거 구호는 대선 정국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경제적 고통 받던 민중에게 ‘국민 성공시대’ 유혹

그랬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진행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고통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인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경으로 이명박 후보에 표를 던졌다.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칼럼들에서 그의 경제 공약이 실현 불가능한 환상임을 줄기차게 썼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에게 이명박의 ‘경제 살리기’ 공약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왔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명박 집권 1년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으로 이명박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그가 한낱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확인했다.

대통령 이명박은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경제를 살릴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벌 규제 완화를 풀고 공공부문을 사영화하고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망상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심지어 그 정책의 ‘원조’인 미국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이미 거덜 나고 있는 데도 그 벼랑으로 줄달음질치는 꼴이다.

지푸라기 아닌 진정한 ‘경제 살리기’ 찾을 때

국민 대다수인 민중의 경제가 죽어가고 있는 데도, 되레 비정규직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줄이겠다는 저 살천스러움을 보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커녕 고용이 되레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지금 이 순간까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저 황당한 ‘경제대통령’을 보라.

바로 그래서다. 앞으로 4년, 우리 국민 대다수는 더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개혁’을 자임한 세력 이상으로 이 땅의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경제 살리기에 얼마나 무능한가를 절감할 수 있다면, 그것은 거쳐야 할 뼈저린 교훈이 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시장 중심 경제정책이나 이명박 정권의 재벌 중심 경제정책과 다른 진보적 경제정책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고, 시장이나 재벌이 아니라 노동을 중심에 둔 경제정책만이 참으로 경제 살리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진실을, 저 ‘지푸라기 정권’이 우리에게 증언해주고 있다.


* 출처 :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http://blog.ohmynews.com/sonseokchoon/255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