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막한 프로축구 K-리그에서 골 세레머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원-포항의 개막전에서 포항의 스테보가 선보인 활쏘기 세레머니, 전북-대구의 2라운드 경기에서 전북의 이동국이 보인 발차기 세레머니가 공교롭게 같은 주심, 경고 누적에 의해 퇴장을 당했습니다. 팀당 1-2게임씩 펼친 상황에서 '골세레모니'에 의한 퇴장으로 '가린샤 클럽(월드컵에서 한 경기에 골 넣은 뒤 퇴장당하는 선수)' 선수가 벌써 2명이나 나온 것을 보면 의아하게 보여집니다. 그 밖에도 서울의 기성용이 개막전에서 골을 넣고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윗옷을 벗는 세레머니를 선보여 경고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2009 K리그 첫 퇴장 명령을 받은 포항의 스테보 (사진-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축구, 농구, 핸드볼, 하키 등 골을 넣어 득점하는 구기 종목에서 골이 의미하는 것은 가장 최고의 목표를 실현함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볼점유율이 10-90으로 뒤지고 있다 해도, 슈팅수에서 1-30으로 처져 있어도 1골만 넣으면 스포츠 경기 최고의 목표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골을 넣은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해당팀 선수 모두 기쁨을 나누면서 그에 대한 동작, 행위를 벌이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골 세레머니'입니다.
골 세레머니에는 단순히 기쁨을 표시하는 것부터 개인의 사연을 담거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94 미국월드컵의 베베토(브라질)와 팀동료들이 보인 '요람 세레머니', 2002 한일월드컵의 안정환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오노 세레머니'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세레머니였지요. 아기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 프린팅한 티셔츠를 보여주는 것도 있고, 기차놀이, 구두닦기, 마빡이춤, 다이빙 세레머니 등 개성 만점의 세레머니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세레머니 모두 누구나 즐기는 축구팬을 비롯해 어린아이들까지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소 과격한 동작이 나와 어린아이들이 이를 접한다면 '인성 교육'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 민감할 수 있는 세레머니로 관중간 폭력을 부추기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것도 축구가 추구하는 방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FIFA(국제축구연맹)에서는 몇 년 전부터 A매치를 비롯해 클럽 축구 경기 등에서 윗옷을 완전히 탈의하거나 정치, 종교,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는 경우에는 경고 판정을 내리도록 규정했습니다.
여기서 K-리그는 더 나아가 2009 심판 판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판의 견해로 상대를 성나게 하거나 조롱하거나 격앙시키는 제스처를 취할 경우, 경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심판 판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앞서 언급한 '관중간 폭력을 부추기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 판단되면 가차없이 경고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보여졌던 판정들을 살펴보면 그런 K-리그의 규정을 '원칙대로' 철저하게 지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스테보의 화살쏘기 행위가 상대 수원 서포터스 앞에서 이뤄졌다는 점, 이동국의 발차기 행위가 코너 플래그를 뽑힐 만큼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해당 주심이 규정에 의해 경고 판정을 내렸고, 주심이 잘못한 것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바로 규정 내용에서 '심판의 견해'에 대한 부분과 선수의 의지에 관한 부분입니다. 심판의 견해는 상대적일 수 있으며, 선수의 행위가 심판의 생각과 다른 의도에서 했을 수도 있기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고 이란 관중이 있는 쪽을 향해 '관중 소리가 안 들린다'는 식의 세레머니가 K-리그의 원칙으로 따지면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행위를 했기에 경고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레머니에 대한 경고는 없었고, 박지성 세레머니에 대해 국내팬들은 '통쾌했다',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다시 말해 심판의 견해와 해당 세레머니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이 명시돼야 이런 '단순한 세레머니'의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벌위원회를 통해 선수의 의견을 듣고 구제 여부를 결정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국 역시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홈팬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주고 싶었다.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판정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론 실제 의도와 발언한 의도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억울하게 퇴장당해 경기를 뛰지 못하고 반발을 사는 일이 없도록 선수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이번 심판 판정에 대해 '유럽 축구 식의 세레머니를 보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해당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명시해 선수들의 골세레머니 혼란을 막는다면 얼마든지 유럽 축구보다 더 재미있는 세레머니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인만큼 최대한 법으로 존중할 부분은 최대한 존중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선수들 역시 바뀐 규정에 빨리 적응하고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 세레머니로 팬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K-리그의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출처 : http://blog.daum.net/hallo-jihan/16157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