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의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다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접할 수 있다. '꽃보다 남자'에서 여주인공 '금잔디'역을 맡고있는 구혜선에 대한 악평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F4에 대해서는 칭찬-찬양 일색인데 반하여 '금잔디' 구혜선에 대해서는 불만-불평들로 넘쳐난다. 그런 악평들을 보다보면 구혜선은 그야말로 대박을 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보이지 않고 마치 쪽박마저 깨져버린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구혜선에 대한 불만-불평들이 전개되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맨 처음에는 원작과 비교하여 구혜선이 연기하는 '금잔디' 캐릭터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원작자가 구혜선의 '금잔디'에 대해서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다른 나라 판 드라마에 비해 원작 만화 속 츠쿠시의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다'라고 칭찬하자 '금잔디' 캐릭터에 대한 불평-불만들은 뻘쭘해지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그래서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구혜선의 연기력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중에 한 명인 전인화의 '너무 예쁘고 연기도 잘 하더라'라는 구혜선의 연기에 대한 칭찬으로 인하여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이렇듯 드라마적으로 더이상 비판할 수 없게 되어버리자 구혜선에 대한 불평-불만은 점차 치졸해지는 경향을 띄기 시작했다. 구혜선의 외모를 비하하고, 행동과 말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고, 그동안 별다른 관심도 없었던 구혜선의 과거 행적을 샅샅이 조사하여 끄집어 내어 비판하고, 조연들인 '추가을' 김소은과 '하재경' 이민정에 대한 찬양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반응만 보면 구혜선은 영락없이 대박 친 드라마의 쪽박 찬 여주인공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정말 그러할까?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의 발표에 따르면 '연예인 중에서 같은 반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은?'이라는 앙케이트 조사에서 2만여명의 어린이들중 36%인 3,194명의 지지를 받은 구혜선이 1위로 뽑혔다고 한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들인 '빅뱅'-'원더걸스'를 멀찌감치 따돌린 득표수이며 심지어 '국민 여동생' 김연아마저도 구혜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또한 한 여성포털 사이트에서 최근 실시한 '성형을 한다면 어떤 연예인처럼 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에서 구혜선은 2,484명의 참여자중 무려 74%인 1,853명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실로 놀라운 것은 이런 조사마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김태희(6%-154명)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구혜선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구혜선은 단순히 설문조사들에서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해피투게더 시즌3-
<구혜선-김현중-김준 출연>
2월 19일: 16.2% -> 2월 26일: 21.2%, 3월 5일: 18.8% -> 3월 12일: 16.7%
-이하나의 페퍼민트-
<구혜선-승리 출연>
2월 27일: 3.5% -> 3월 6일: 4.3%
<구혜선-김현중-김준 출연>
2월 19일: 16.2% -> 2월 26일: 21.2%, 3월 5일: 18.8% -> 3월 12일: 16.7%
-이하나의 페퍼민트-
<구혜선-승리 출연>
2월 27일: 3.5% -> 3월 6일: 4.3%
'해피투게더 시즌3'와 '이하나의 페퍼민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구혜선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상승하는 '구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물론 오직 구혜선의 인기만으로 시청률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혜선이 시청률 상승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이렇듯 어린아이들한테도 인기있고, 미모 순위에서 지난 몇년동안 부동의 1위였던 김태희마저도 밀어내었으며, 뚜렷한 시청률 상승효과까지 주는 구혜선이 인기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이며 심각한 열폭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는 어째서 자신들이 열광하고 있는 드라마를 대박으로 이끌고 있는 여주인공 구혜선에게 애꿎은 불평-불만들을 쏟아내며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꽃남'과 비슷한 신데렐라 스토리인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2002)'의 여주인공 장나라와 '파리의 연인(2004)'의 여주인공 김정은의 경우를 구혜선의 경우와 비교하여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장나라-김정은은 만만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장나라-김정은 급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인하여 장나라-김정은을 통해서 왕자님의 사랑을 받아 신분상승을 이루어내는 신데렐라로서의 대리체험과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여 구혜선은 좀처럼 만만하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얼짱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남자들의 로망인 청순한 글래머 스타일인데다가 다재다능하고 성격까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장나라-김정은의 경우처럼 신데렐라 대리체험을 해주는 매개체로 인식하지 않고 부러움과 질시에 대상인 경쟁자로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즉, 장나라-김정은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지만 구혜선의 경우에는 자신이 신데렐라를 질투하는 계모와 언니들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애써 구혜선을 흠집내어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그래야만 구혜선과 자신의 수준이 같아지거나 자신을 구혜선의 자리에 대입하여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런 현상은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만 국한되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와 시청률 상승효과가 말해주듯 요즘 구혜선은 글자 그대로 대세이며 데뷔이래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요즘들어 부쩍 느껴지는 현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따로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오프라인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중인 '미워도 다시한번'에 대해서 온라인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시청률 40%대에 육박하고 있는 '아내의 유혹'에 대해서도 온라인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지 않은 현상을 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베토벤 바이러스'의 경우를 봐도 예전처럼 인터넷에서 대세를 타도 오프라인의 대세로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오프라인에서 시청률의 주도권을 쥔 세대와 온라인에서 인터넷 여론의 주도권을 쥔 세대가 다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다미디어 다채널 시대를 맞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혹여 이런 현상이 세대간의 골, 매체간의 골, 온-오프라인 사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출처 : http://jamja.tistory.com/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