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졌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08/09 세계피겨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귀국한 김연아가 계속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연아가 연예인처럼 됐다고 말하며 선수 본연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연아의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선수 본연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특히 김연아도 선수 생활에서 단 한번밖에 올지도 모르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어한다.
하지만 김연아가 선수 본연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하는 우려는 곧 김연아가 현재 선수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리고 스스로 연예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귀결된다. 정말 김연아가 선수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일까?
어떻게 보면 김연아는 우리나라에서 유명 연예인처럼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세계적인 피겨 선수가 나올 수 없는 국내 환경에서 이런 불세출의 스타가 나타났으니 대단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데이빗 베컴이나 티에리 앙리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향한 시선을 보더라도 연예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고 그들의 몸값 역시 연예인 못지 않게 천문학적이다. 그런데 세계피겨선수권에서 200점대를 달성하며 세계적인 유명스타가 된 김연아가 국내에서 이런 정도의 대접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김연아를 마치 연예인처럼 여기고 연예인처럼 만드는데 있다. 김연아가 자신 스스로 연예인화됐다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정작 김연아를 연예인처럼 만드는 것은 주위의 폭발적인 관심과 이를 따르는 매스컴들이다. 하긴 주위의 관심이 폭발적이다보니 언론이 김연아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이 악순환된다는데 있다.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선수로서의 김연아가 아니라 패션 같은 김연아의 사생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지난 1일 벌어졌던 남북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의 주인공이 엉뚱하게도 김연아가 됐고 자신의 소속교인 고려대에 처음 등교한 날에 500명이 넘는 취재진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당시 취재진 가운데는 선수 김연아를 취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연예인' 김연아를 따라온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누구와 누구를 비교하는 것은 비교당하는 사람에게 무척 미안한 일이지만 동갑내기 김나영(인하대)의 예를 들어본다. 김나영은 지난 16일 인하대 홍보대사로 위촉됐는데 새로 김나영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곳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돌리며 홍보를 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를 취재한 매체는 SPORLD 외에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기자에게 왜 취재를 오지 않았느냐며 지나가는 말로 묻자 "요즘 김연아가 대세인데 뭐하러 인천까지 가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김연아보다 김나영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취재하기를 꺼린 것이다. 김연아보다 관심도가 떨어지고 기사화할 가치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취재를 오지 않았다는 것이 언론 본분의 행동인가? 마침 그날은 김나영의 홍보대사 위촉 뿐만 아니라 토론토 전지훈련 등 다음 시즌을 대비한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도 있었다.
모든 피겨 선수들은 악조건 속에서 선수 본연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고 있고 김연아도 마찬가지다. 김연아가 세계 1위가 되면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명예, 부를 갖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연예인이 된 것은 아니다.
김연아를 연예인처럼 포장하는 것은 매스컴의 자유일지는 몰라도 연예인으로 만드는 것은 매스컴으로서 할 짓이 못된다. 그녀를 연예인처럼 보도하면서 선수 본연의 자세를 잊어버렸다고 비판한다면 김연아를 진정으로 아끼는 행동이 아니며 언론 본연의 자세도 아니다.
출처 : http://sporld.tistory.com/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