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 시상식에 나선 윤도현과 이하나씨
음악이 제 전문 분야는 아닙니다만, 오늘은 한 마디 드리고 싶네요.
문광부가 그렇게 내팽개쳤지만 결국,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이 6일 서울 대학로 학전블로소극장에서 열렸습니다. 당초 지난 2월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시상식이었는데요. 문광부가 갑작스럽게 지원을 취소하는 바람에 연기되어 열린 겁니다. (문화부는 2006년부터 매년 3천만~5천만원씩을 시상식에 지원해 왔습니다.)
음악계에선 꽤 권위 있는 시상식이지만 어제 시상식을 지켜보니 좀 착잡하더군요. 일단 재정문제 때문에 매우 협소한 장소에서 개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윤도현씨마저 “이렇게 작은 장소에서 시상식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아쉬워 했을 정도였습니다.
문광부에서 왜 지원을 취소한 것인지 전 아직도 이해가 안갑니다. 겉으로는 “민간 시상식은 자발적 운영이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럼 애초에 “한국 음악계를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판 그래미 시상식을 만들겠다”는 발표라도 하지 말던지… 키워줘도 시원찮을 ‘한국판 그래미 시상식’ 같은 게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왜 저걸 또 따로 만듭니까!!! 정말 ‘비겁한 변명’ 입니다.
사실 문광부가 한국대중음악상에 지원을 끊은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음악계에선 사실 물증없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평론가, 기자·피디 등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해 인기보다 음악성을 위주로 대중음악을 평가해 온 시상식입니다. 주류 밖의 음악을 ‘조명’ 하면서 미디어나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의미를 가져왔던 상이죠. 그러니 이 시상식을 주도하는 선정위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시각에서는 진보적인 문화계 인사들로 비쳐졌을 겁니다.
시상 규모가 위축되서 그럴까요. 이번에 상당수 수상자들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김동률 토이 원더걸스 다이나믹듀오 태양 윤하 양방언 등이 모두 시상식장에 안왔더군요. 오죽 썰렁했으면 사회자인 윤도현과 이하나가 “우리 권위 있는 거 맞죠?”라고 씁쓸함을 내비쳤습니다.
문광부가 대중음악시상식 죽이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맞다면, 어쨌든 올해 ‘한 건’ 제대로 하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악팬들의 많은 지지와 격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은 장기하씨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체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더군요. “그나마 이런 시상식이 있어서 숨을 쉴 것 같다”는 댓글도 봤습니다.
내년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이 시상식의 생명력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장기하 노래보다는 소녀시대 ‘Gee’나 카라 의 ‘프리티 걸’을 더 많이 듣습니다만, 이런 노래들만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대통령 하나 바뀌니까 왜 이렇게 망가지는 게 많습니까... 원.
제발 제가 낸 세금,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 써주세요...
수상 소감을 영상으로 보내 온 태양. 다음엔 꼭 직접 참석해서 트로피 받아가세요. 제가 더 이뻐해드릴게요.
출처 : http://blog.hani.co.kr/catalunia/19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