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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생태계가 보내는 경고음 * [하상주 칼럼]

thinks of 2007. 10. 27. 13:52

미국 금융 생태계가 보내는 경고음

입력 : 2007.07.02 12:2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2주 전에 일어난 베어 스턴즈의 헤지펀드 파산 위기가 점차 금융 시장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 헤지펀드는 주택 모기지(*가계가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와 관련된 상품에 투자했다. 그런데 가계가 모기지의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거나 결국 돈을 갚지 못해서 부도를 내는 일이 많아지자 이 헤지펀드가 투자한 모기지 관련 상품의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이 헤지펀드는 보통의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돈만이 아니라 월가의 투자가들에게서 모집한 것보다 거의 10배에 가까운 돈을 대형 금융기관에서 빌려서 투자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헤지펀드가 투자에서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투자가들은 투자 금액을 빼가려 하고 이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메릴 린치, 제이피 모건 등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은 마진 콜을 요구하면서 담보로 설정한 자산을 팔려고 했다.


만약 실제로 이 헤지펀드가 투자한 자산이 시장에서 팔리면 문제가 커진다. 이 헤지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모기지 그 자체가 아니고 이런 모기지를 여러 개 모아서 이를 기초로 하여 만든 새로운 채권형 상품(*파생상품)인데, 이 상품은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없기 때문에 이 상품의 가격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모기지의 연체와 부도가 높아지면 이를 기초로 만든 모기지 파생상품의 가격은 당연히 내려간다.


그러나 이 상품에 투자한 다른 많은 투자가들의 장부에는 여전히 과거 연체와 부도가 낮은 상태에서 처음 산 가격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만약 베어 스턴즈의 헤지펀드 자산의 가격이 장부 가격에서 예를 들어 50% 떨어진다고 하면 다른 투자가들도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기록해야 할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모기지(*이를 가계 부채 상품이라고 부르기로 하자)를 기초로 만든 부채 파생상품만이 가치 평가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부채를 기초로 만든 부채 파생상품 역시 이를 거래하는 일상의 거래 시장이 없다. 그래서 가치 평가에 여러 가지 왜곡과 이해 관계가 들어가 있다. 가계 부채의 파생상품에서 가치 평가의 부정과 왜곡을 느끼기 시작한 투자가들은 이제 기업 부채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망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시 기업 부채의 발행도 줄인다.


이번 칼럼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부채 파생상품이 갖는 기능과 이에 대한 평가다. 어떤 금융기관이 가계나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이를 그냥 장부에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경우와 이를 기초로 새로운 상품, 즉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투자가에게 팔아서 처음의 대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경제 전체에 신용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이런 신용 확대는 당연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자산 가격의 상승을 낳고, 소비를 늘리고, 생산을 늘리고, 고용 그리고 소득을 늘리는 선순환을 가지고 온다.


이것만이 아니다.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그냥 자산에 가지고 있으면 만약의 경우 부도가 나면 이를 금융기관이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출 자산을 다른 대출 자산과 함께 섞어서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자금을 장기로 운영하는 여러 투자기관에게 판다고 하자. 그러면 혹시 처음의 차입자가 부도를 내더라도 그 손실이 한 금융기관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투자기관에게 분산된다. 그래서 경제 시스템 전체로 보면 금융시장이 가계나 기업의 부도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


그런데 부채 파생상품의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신용(*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자연히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이 무한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신용에는 언제나 약속을 어길 수 있는 위험(*부도)이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신용은 계속 늘리면서도 위험은 최소로 하려고 한다.


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통적인 방법 외에 파생상품과 관련된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용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이 위험을 대신해주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당연히 자신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비싼 값으로 위험을 팔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떤 바보가 금융기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이 위험을 사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금융기관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위험 파생상품이다. 위험이 낮은 대출은 그냥 두고 위험이 높은 대출을 여러 개 모아서 이를 다시 위험이 낮은 놈과 보통인 놈, 그리고 아주 위험이 높은 놈으로 나누어서 판다. 이렇게 하면 평균적으로 위험이 높은 놈들이 블랙박스를 통과해서 나오면 위험이 낮은 놈으로 변한다. 즉 투자가들은 같은 투자등급을 받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위험이 아주 높아진 놈은 어떻게 하나? 이것은 다시 위의 과정을 거친다. 아주 위험이 높은 쓰레기만 남으면 여기에 위험이 약간 낮은 놈으로 물타기를 하기도 한다. 부채 파생상품은 이렇게 하여 1차, 2차, 3차… 완전 악성 쓰레기가 남을 때까지 계속 새끼를 쳐나간다. 이렇게 새끼를 칠수록 블랙박스의 내부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지만, 이런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상의 시장은 당연히 없다. 즉 금융시장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에 비례하여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들이 시장이 아닌 곳에서 놀고 싶어한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투명하고, 바로바로 가치평가가 일어나는 시장을 피해서 수익의 기회를 찾고자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바로 이것이 시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의 영역이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상품의 발달은 그 상품이 다닐 길(*기반, 즉 제도적 장치)을 갖추면서 성장해야 한다.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상품이라는 괴물이 너무 빨리 성장하면 옆에 있는 다른 생물을 죽여서 금융 생태계의 먹이/공생 사슬을 깨트릴 수도 있다. 이번 베어 스턴즈 헤지펀드의 사건은 바로 이를 알려주는 경고음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출처[http://blog.naver.com/susie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