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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힘, KIA 상승세의 원동력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4. 08:55

 [7회말 두산전 6연패를 마감한 이종범의 2타점 2루타/ ⓒ KIA 타이거즈]

"끝날때까지 끝난것이 아니다"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뉴욕 양키스에서 보낸 전설적인 명포수인 요기 베라의 명언이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본질적인 의미, 그리고 극적인 승부의 매력을 요약한 멋진 표현이 아닐수 없는 극찬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명언이 의미하는 것은 단지 "승부는 예측할수 없는것"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듯 싶다. 젊은 선수들의 앞길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하는, 그리고 노장선수들이 일시적인 부진이 왔을시 그들 나름대로의 변명아닌 변명의 외침, 그 몸부림의 다른 의미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예시에 가장 부합한 타자가 2009년의 이종범(KIA 타이거즈)다.

이종범이란 이름석자가 가진 의미는 특별하다. 그의 전성기때는 그 이름만 들어도 악마 같다던 7개구단 팬들의 비명소리는 비단 7개구단 팬들의 푸념 그 이상의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루상의 주자로써 평범한 내야땅볼때 1루에서 3루를 도둑질(?)하는 귀신과 같던 주루플레이, 경기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채 멈추기 전에 쏘아대던 홈런포 등은 야구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틀을 깨뜨린 이질적인 플레이의 대명사였다. 아직까지 유일하게 정규시즌-올스타전-한국시리즈 MVP 기록을 가지고 있는 외적인 타이틀은 차치하더라도 선수말년에 찾아온 극심한 기량저하는 전성기때의 플레이를 보지 못한 신세대들에겐 그저 만화에서나 나올듯한 전설적 이야기로만 느껴질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종범은 최근 몇년간 극도의 부진으로 은퇴의 기로에 서 있던 선수였다.
팀 성적의 추락이 그를 위한 변명꺼리도 되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2006년 그가 남긴 타율 .242 가 늘 영원할것 같았던 그도 `신이 아닌 사람' 이란것을 일깨워준 한해였다면 2007년 그의 손에 쥔 타율 .174 는 팀 성적 꼴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그해 그가 기록한 장타율은 민망스럽기 그지 없는 .209 .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한 비참함 그 자체였다. `이종범은 이젠 끝났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법한 세월의 무상함 그 자체였으며 실제로 그 자신도 정신적 지주라는 변명 아닌 변명 외엔 믿을 구석이 없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엔 이러한 주위의 비판이 쏙 들어갔다. 10번째 우승을 그의 손으로 쓴 후 은퇴하겠다는 말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장타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지만 작년시즌 타율 .284로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그는 올시즌, 승부의 중요 고비때마다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정신적 지주+ 팀 전력의 중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1970년 개띠생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회춘포를 연일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5,6년 전쯤, 필자는 이종범의 전성기는 여타의 선수들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했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다소 유연하지 못한 뻣뻣한 신체조건과 젊을시절 무던히도 내야를 휘젓고 다녔던 전성기를 상기해 볼때 체력적인 부분에서 기량이 빨리 쇠퇴할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시절 당한 팔꿈치 부상은 타자로써 반드시 극복해야할 인코스 공략의 부조화가 발목을 잡을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종범은 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모습이 예술이다/ ⓒ KIA 타이거즈]


하지만 그는 2008년 후반기를 깃점으로 은퇴의 압박감을 변화된 타격스타일로 극복해 가고 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배팅 타이밍을 잡던, 그리고 좁은 스탠스에서 길게 내딛었던 스트라이드와 업라이트 상체 위치에 따른 스탠스를 버리고 투 스텝 그리고 더욱 노련해진 상대투수 간보기의 영악함까지 드러내며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주 볼수 있는 이 영악함의 예는 아웃코스 공을 무리하게 끌어당겨 자신의 왼발등을 맞추는 파울타구를 만들어 놓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상대 투수의 코스선택을 유도해 놓은 이후,  투수의 인코스 위닝샷을 노리고 여유있게(?) 그 코스의 공을 잡아당겨 안타를 생산해 내는 모습들이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투수의 셋업피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노련함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는 능력이다. 이런 타격모습은 타격의 기술적인 장점으로만 논하기엔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그 옛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일본의 후지카와 큐지(한신 타이거즈)에게 뽑아낸 2루타도 그 이전 자신이 친 타구에 맞고 고통스러워 하며 후지카와로 하여금 코스 선택의 미끼를 던진 후 다음 공을 결승 2루타로 만든 능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련함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올시즌 이종범은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리고 있다.

이종범은 이제 겨우 시즌 일정의 1/3이 막 지난 초반이긴 하지만 타율 .274로 급격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지금까지 그가 기록한 12개의 희생타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개인부터 강해지라는 다소 민망스러웠던 자신의 처지도 그의 부활만큼이나 이젠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이종범은 금일(3일) 올시즌 두산전 6연패를 끊는 쐐기 2타점 2루타를 쳐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팀이 3-2 살얼음판 리드를 하고 있던 7회말에 나온 천금같은 적시타였다.
아직은 은퇴를 말하기엔 그의 존재가 너무 크게 보인다. 정확한 기록은 알수 없지만 그가 맹타를 휘두른 날은 팀이 승리하는, 그리고 상승세를 타는 페이스가 확연할 정도로 멘탈적인 시나브로는 계속되고 있다.

이종범은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은퇴할수 있을까.
이젠 혼자 힘이 아닌 후배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그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본보기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필자는 이종범의 기억을 항상 메모해 두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가 은퇴하는 날 그의 야구인생을 되돌아 보는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해서 말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윤석구 (http://hitting.kr)


출처 : http://v.daum.net/link/3325752/http://hitting.kr/entry/%C0%CC%C1%BE%B9%FC%C0%C7-%C8%FB-KIA-%BB%F3%BD%C2%BC%BC%C0%C7-%BF%F8%B5%BF%B7%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