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의 두 얼굴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지금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주제는 `2006년에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올라갔는데도 불구하고 왜 금융시장에서 신용 위험이 역사적으로 낮은가? 그리고 지금의 낮은 신용 위험은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신용 위험이란 돈을 빌려간 회사가 돈을 갚지 못하고 부도를 낼 위험을 말하며, 신용 위험이 낮다는 증거 중의 하나는 부도의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와 일반 기업 회사채와 사이의 수익률 차이가 아주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기등급 이하의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들 중에서 부도를 낸 비율은 2%전후로 아주 낮다. 금융 시장에 위험이 높아지는 위기가 찾아오면 이 비율은 10%를 넘어선다.
신용이 낮은 회사들도 돈을 빌리는 비용이 이처럼 싸고, 또 쉽게 빌릴 수 있게 되자 자연히 금융시장 전체에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금융 상품/부채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즉 전반적으로 시장의 수익률이 낮아지자 가능한 한 투자 금액대비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대부분의 펀드들이 부채를 이용하고 있다. 심할 경우는 자기 돈 1에 대해 남의 돈을 49까지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2%만 떨어져도 남의 돈을 갚고 나면 투자 원금을 다 날리고 만다.
실제로는 이렇게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것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금융 시장에서 금융 상품들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낮다. 역사적인 수준으로 낮다. 금융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낮으면 투자가들은 투자에 대해서 위험을 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금융 자산의 가격들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해 버린다. 예를 들면 미국의 주식 시장은 2003년 이후 한번도 하루에 가격이 2%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또 한가지 금융 시장에서 실제로는 투자 위험 즉 손실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위험의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바로 파생상품 때문이다.
파생상품이란 원래 미래 가격 변동에서 오는 손실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보험이다. 평소에 돈을 얼마씩 또는 한꺼번에 얼마를 내고 난 후 운이 나빠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보험회사에서 그 비용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낸다.
그러나 작은 돈을 내고 큰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투기를 하도록 부추긴다. 그래서 파생상품이란 한편에서는 보험 기능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투기적인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