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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최고/최악의 시나리오 (상)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 08:50

아시다시피 이 포스트는 김형준 기자의 'MLB 최고/최악의 시나리오'의 형식을 차용한 것입니다.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한 부분도 있지만, 너그럽게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K 와이번스


3:
올해 SK의 목표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3연속 우승은 명문구단 대열에 오르기 위한 최후의 관문. 지금껏 김응룡의 해태 타이거즈 이외에는 어느 팀도 이뤄본 적 없는 위업이다. 김재박의 현대도, 선동열의 삼성도 3년 연속 우승에는 모두 실패했다.

최고의 시나리오: 이만수는 아예 팬티만 입고 덕아웃에 대기한다. 김광현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 채병용은 성적까지 선동열을 닮아간다. 전병두를 볼 때마다 조범현의 장이 꼬인다. 이승호가 한 경기에서 승도 따고 홀드도 딴다. 존슨-니코스키 카드 조합으로 07' 레이번이 나온다. 정우람은 50이닝만 던지고 30홀드를 기록한다. 제춘모는 칠원 제씨 문중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다. 엄정욱이 전광판에 156km/h를 찍는다. 이호준이 30홈런을 친다. 최정도 20홈런을 친다. 박재상이 3할을 친다. 이진영이 인천 시내를 활보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연일 입장권이 매진되며 다시 관중석을 늘리자는 얘기가 나온다. SK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아시아 시리즈를 싹쓸이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불타는 그라운드가 시즌 중반 종영된다. 김광현이 WBC에서의 투구를 계속한다. 채병용은 '선감독이 던져도 그보다 낫겠다'는 소리를 듣는다.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의 학명이 '전병두 신드롬'으로 바뀐다. 이승호가 한 경기에서 패도 따고 블론세이브도 딴다. 존슨-니코스키 카드 조합으로 쿠비얀이 나온다. 정우람이 100이닝을 던진다. 엄정욱이 전광판에 136km/h를 찍는다. 이호준이 투수 전향을 타진한다. 최정이 WBC 타격감을 이어간다. 박경완도 WBC 성적을 기록한다. 이진영 팬클럽이 SK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추월한다. 시즌 말미 김성근 감독과 프런트 불화설이 흘러나온다. SK 텔레콤 모든 고객에게 문학구장 무료입장권이 배포된다.

팀내 MVP 후보: 이호준. 부상당한 무릎이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시범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장타율 .538을 기록했다. 배트에 정확하게 맞은 힘있는 타구가 많았고, 득점 찬스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SK가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만 기용할 수 있는 것은 이호준의 부활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가 4번 타자로서 제몫을 해준다면 SK의 인정사정 없는 야구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다만 수비수로서의 가치는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포수 윤상균은 올시즌 중책을 맡게 된다. 37세 나이에 WBC까지 출전하면서 어느 해보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박경완을 서포트하는 역할이다. 일단 타석에서 보여준 모습은 긍정적이다. 홈런 2개를 쳐내며 장타율 .515를 기록했고 안타 10개로 10타점을 올리며 타석에서의 집중력도 증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바운드볼 포구가 다소 불안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두산 베어스


200: 103-132-161-189.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4년간 두산이 기록한 팀 도루수다. 지난해 두산은 이종욱-고영민-오재원을 앞세운 '발야구'로 팀 200도루를 노렸지만 달성에는 실패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가능성이 높다. 민병헌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신예 정수빈과 툴 플레이어 임재철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또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강조하는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이 팀원 전체의 몸에 배인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두산이 1995년 롯데 이후 처음으로 팀 200도루를 달성하는 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최고의 시나리오: 김선우가 15승을 한다. 랜들이 떠나면서 소개해준 친구도 15승을 한다. 김명제가 얼굴값을 한다. 성영훈이 신인왕을 먹는다. 정재훈은 원래가 선발 체질이었다. 진야곱이 이름값을 한다. 채상병이 병장으로 진급한다. 최준석이 김동주 성적을 찍는다. 이성열은 20홈런을 쳐낸다. 김동주도 30홈런을 친다. 결국 시즌 뒤 잠실 펜스가 완전히 앞으로 당겨진다. 왓슨에게 '셜록홈즈'라는 별명이 붙는다. 김현수에게 '삼못쓰'라는 별명이 붙는다(30홈런도 못치는 쓰레기). 정수빈이 정수근만큼 뛴다. 손시헌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 홍성흔이 신천 거리를 돌아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 이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이경은씨가 이 광경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최악의 시나리오: 김선우가 지난해 성적을 또 찍는다. 랜들이 다른 팀과 계약해서 10승을 한다. 소개해준 친구는 알고보니 레이어였다. 김명제가 얼굴값을 한다. LG쪽에 흐르던 수맥이 성영훈에게 옮겨온다. 정재훈은 알고보니 구원일 때가 그나마 나았다. 진야곱에게 '에서'라는 별명이 붙는다. 이용찬은 서동환 2호가 된다. 채상병이 말년병장 행세를 한다. 최준석은 걍 최준석이다. 이성열은 이성열이다. 사람들이 김동주를 최준석으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두산도 시즌 뒤 이동식 펜스를 설치한다(더 뒤로 당겨서). 왓슨은 지하철 타고 집에 가다 팬들에게 맞는다. 김현수에게 '백못쓰'라는 별명이 붙는다(100안타도 못치는 쓰레기). 정수빈이 정수근처럼 행동한다. 김경문 감독은 매일밤 홍성흔 꿈을 꾼다. 이따금 안경현 꿈도 꾼다. 5일에 한번은 이혜천 꿈도 꾼다. 처음처럼 매출이 참이슬을 제친다.

팀내 MVP 후보: 김선우. 지난해는 스트라이크존과 한국 야구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구위는 현존 프로야구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쌩쌩하고, 무엇보다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김선우의 장점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향만 잘 컨트롤한다면 올해 두산의 에이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리라 본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여러 선수가 있지만, 역시 성영훈을 첫째로 꼽는게 당연하다. 공 자체로만 따지면 임태훈의 데뷔 시즌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릴게 확실하다. 그의 패스트볼은 짧은 이닝 동안에 맞춰낼 수 있는 공이 아니다. 신인임에도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도 장점이다. 야수 중에는 타석에서 참을성이 뛰어난 정수빈을 주목할 만하다.


롯데 자이언츠


1:
2008년 시범경기에서 롯데의 성적은 7승 5패로 전체 3위. 정규시즌 성적 역시 69승 57패로 전체 3위였다. 올시즌 시범경기에서 롯데의 성적은 11승 1패로 전체 1위다. 그렇다면 정규시즌 성적도? 그러고보니 롯데의 2000년 이후 시범경기 순위는 대체로 정규시즌 성적과 비슷했다. 물론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 오버하지 말자.

최고의 시나리오:
로이스터는 지문이 닳도록 시즌 내내 박수를 쳐댄다. 실종됐던 손민한이 2005년 모습으로 돌아온다. 장원준-이용훈-조정훈-송승준 넷이 합쳐 600이닝을 투구한다. 강영식이 매일밤 선동열 꿈에 나온다. 임경완이 부산 시내를 웃으며 활보한다. 애킨스도 같이 웃으며 활보한다. 강민호는 시즌 뒤 소녀시대와 CF를 촬영한다. 이대호가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 박기혁은 데릭 지터의 타격 성적을 기록한다. 가르시아가 귀화한다. 부산 일대 작명소에서 '아섭'이란 이름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김주찬이 50도루를 한다. 홍성흔이 매일밤 김경문 꿈에 나타난다. 사직구장이 관중수 기록을 또다시 갱신한다. SBS에서 '가을의 전설'을 정규방송으로 편성한다. 사직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고, 임수혁이 시구자로 나선다.

최악의 시나리오: 로이스터의 박수가 관중 소음보다 크게 들린다. 손민한이 시즌 내내 실종된다. 국정원까지 동원되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장원준-이용훈-조정훈-송승준 넷이 합쳐 20승을 기록한다. 강영식이 선동열을 웃게 한다. 임경완은 구장과 집을 착실히 오간다. 애킨스는 부산 시내에 한번 나갔다가 무서운 경험을 한다. 롯데 홈페이지에 최향남 복귀 릴레이가 벌어진다. 덩달아 노장진 복귀 릴레이도 함께 진행된다. 강민호와 최기문이 플레잉타임을 양분한다. 이대호가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 박기혁은 데릭 지터의 수비율을 기록한다. 가르시아가 시즌 삼진 신기록을 세운다. 이름이 '아섭'인 사람들의 개명신청이 폭주한다. 홍성흔이 김경문을 웃게 한다. 사직구장 전 좌석이 고기 굽는 곳으로 변한다. 로이스터가 시즌 중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롯데 마피아들이 화려하게 복귀한다.

팀내 MVP 후보: 홍성흔은 부산 야구에 잘 어울리는 선수다. 그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잠실에서 그랬던 것만큼 사직 구장을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시범경기에서 홍성흔은 롯데의 새로운 분위기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경기 중에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동료들을 독려하며 덕아웃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타격 감각도 아주 좋은 상태다. 과거와 같은 장타력을 보여주기는 어렵겠지만, 3할 타율은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배장호-김이슬-허준혁 등 젊은 불펜 요원들. 올시즌 최향남이 빠진 자리는 이 투수들이 메워줘야 한다. 지난해 롯데는 8개 구단 가운데 선발진이 가장 많은 이닝을 투구한 팀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불펜이 약했던 것도 선발의 부담을 늘리는 원인이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세 선수 모두 시범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구속이 100%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들 외에 김일엽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 롯데의 불펜은 지난해보다 분명 강해질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3: 5년 임기내 3번 우승은 선동열 감독의 취임 당시 공약이다. 올해는 선 감독 부임 후 5년째 되는 해다. 지금까지 감독 데뷔 후 5년 내로 3번 우승에 성공한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 김응룡 사장조차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다. 선 감독에게는 스승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고의 시나리오: 선동열과 김석류의 만남이 잦아진다. 배영수가 18승을 한다. 윤성환도 15승을 따낸다(선발로). 에르난데스-크루세타 카드를 조합하면 브라운-하리칼라가 나온다. 차우찬이 10승을 한다(선발로). 오승환이 야구에 전념한다. 정현욱은 시즌 내내 WBC때처럼 던진다. 박민규에게 전병호가 빙의한다. 신인왕 후보에 김상수가 두 명 올라간다. 양준혁은 30홈런을 치고 예비신부를 공개한다. 우동균이 20-20을 달성한다. 채태인이 판을 크게 벌린다. 최형우에게 김기태가 빙의한다. 선동열은 취임 후 세번째 우승을 달성하고, 대구시는 거액을 들여 새 구장 건설을 시작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김석류는 시즌 내내 선동열 인터뷰에 실패한다. 배영수가 10승을 한다. 윤성환도 10승을 한다(구원승). 에르난데스-크루세타 카드를 조합했더니 션-오버뮬러가 나온다. 차우찬이 10승을 한다(구원승). 오승환이 WBC에서의 투구를 이어간다. 정현욱이 권오준의 뒤를 따른다. 박민규를 검색하니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뜬다. 김상수가 2군 다승왕, 타격왕에 오른다. 양준혁이 코치 연수를 시작한다. 허승민의 중견수 출전이 잦아진다. 덩달아 신명철의 2루수 출전도 잦아진다. 급기야 조진호의 선발 출전까지 잦아진다. 채태인이 별명대로 논다. 최형우가 2군 홈런왕을 재탈환한다. 시즌 말미 삼성 그룹에서 야구단 인사를 두고 회의가 열린다. 경기가 없는 날 구장 구석이 무너진다. 대구시에서는 경기에는 지장이 없으니 그냥 쓰기로 결정한다.

팀내 MVP 후보: 정현욱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뭇매를 맞았다. 시즌 초반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등판한 탓이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h를 간신히 넘는 정도였고 제구도 불안했다. 하지만 시즌이 점점 진행되면서 기량에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는 시작부터 컨디션이 100%다. WBC에서 그가 보여준 구위는 정교한 일본 타자들도 좀처럼 쳐낼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일반적인 선수라면 시즌 후반 체력 저하를 우려할 만도 하지만, 정현욱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를 능가하는 성적을 낼 것이다. 특히 오승환의 구위가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현욱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우동균은 재미있는 선수다. 체구는 김재걸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데 배트 돌리는 모습은 게레로가 따로 없다. 주자가 있건 없건, 볼카운트가 유리하건 불리하건 언제나 자기 스윙을 유지하는 선수는 그리 흔히 볼 수 있는게 아니다. 지난해에는 출전 기회가 다소 들쭉날쭉했던 반면, 올해는 시작부터 주전 중견수로 기용될 전망이다. 투수 중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좌완 차우찬을 주목해야 한다. 나는 왜 이 선수가 선발투수로 낙점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주목할 신인에 김상수's를 거론하지 않는건, 요즘 프로야구에선 신인이 데뷔 첫 해 성공하기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지난해 하위 4개팀 편이 이어집니다)


출처 : http://yagoo.tistory.com/2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