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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괴담

thinks of 2007. 10. 23. 23:51


미국 증시 괴담

[뉴욕리포트]美금융시장 취약점 드러내


뉴욕= 유승호 특파원 | 03/05 17:42 | 조회 2304



미국 증시에서 지난 주 6000억 달러(570조 원)가 증발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70%에 해당되는 돈이 일주일새 뉴욕에서 사라졌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놀랐을 것이다. "중국 증시가 과열이라기에 속도조절 좀 했더니 왜 그래? 미국에 무슨 일 있나?"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공교롭게 '중국 쇼크' 하루전인 지난 26일 "미국 경제가 올연말 침체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가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중국 쇼크'와 맞물려 '그린스펀 괴담'으로 증폭됐다.


'침체(Recession)'는 '경기 둔화(Slow down)'와 의미가 다르다.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여도 전 기간보다 낮아지면 '둔화'지만 '침체'는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한다. 그린스펀은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자 이틀후 후퇴했다. "올해에 (침체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꼬리를 뺐다.


'중국발 쇼크'에 미국 증시가 일주일 넘게 비틀거리고 있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1조 달러가 안된다. 이에 비하면 시가총액 15조 달러가 넘은 뉴욕 증시는 골리앗이다. 그동안 거품논란이 이어졌던 중국 주가(상하이B 기준)가 지난 해 100%, 올들어 45% 상승하다가 20%대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고 해서 미국 증시가 망가질 이유가 없다. 중국발 쓰나미가 아니더라도 실바람에도 휘청거릴 자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린스펀의 발언이 정말 난데없었다면 증시의 반향이 그만큼 크지 않았을 지 모른다. 이미 월가 주변에선 '괴담' 수준의 우려들이 나돌고 있었다. 다만 증시 비관론은 어디서나 인기가 없어 쉽게 접하기 힘들다. 증권사나 헤지펀드나 은행의 장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만은 이번 증시 패닉의 원인을 좀더 근본적인 곳에서 찾는다. 최근 월가에 팽배해진 '리스크 불감증'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린스펀이 10년전 주식시장의 과열을 보고 만들어냈던 유명한 신조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빗대 리스크 불감증을 '비이성적 자기만족(irrational complacency)' 이라고 이름 붙였다.


신용이 낮은 사람이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미국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신용도와 상관없이 빚내기 쉽고 연장하기도 쉽다. 부도율도 낮아졌다. 신용도 낮은 정크본드도 현란한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리스크 프리' 상품으로 둔갑한다. 넘치는 유동성이 이 모든 마술을 부린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 월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FRB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하나를 팔면 그것으로 10개 가량의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펀드매니저들은 잘 알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활약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는 "단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뿐만아니라 전 시장에 걸쳐 레버리지가 커지고 있다"며 "갑자기 미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뚝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발생해도 손 쓸 방법이 없어진다. 금리를 올릴 수 없다.


이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 달러 자산을 상품이나 중국 등 아시아 자산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충고까지 나오는 판이다.

 

증시 낙관론자들은 반문한다. 지난 990일 동안 미국 주가가 3%이상 떨어진 날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 씨티그룹 분석은 더 나간다. 지난 1979년 이후 S&P500 지수가 하루만에 3%이상 떨어진 날은 38일, 이중 31번에는 다시 주가가 상승했고, 60일이내에 평균 6.9% 올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솔깃한 것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얘기다. 버핏이 지난 해 50억달러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했단다. 올해 전망이 나빴다면 그 많은 주식을 직전년도에 사들였겠느냐는 얘기다.


최근 월가를 장악한 '킹'이자 '갱'인 블랙스톤, 베인케피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 등 거대 사모펀드들이 막대한 자금으로 증시를 떠받칠 것이란 분석도 그럴싸 하다. 이들이 투자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는 실탄만 2500억~2800억달러. 이 돈이면 1.3조달러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일으킬 수 있어 주가 하락시 가만두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 현지 언론에도 낙관론이 우세한 걸 보면 '중국 쇼크'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겠다. 주식시장은 단기간일지라도 다수결의 힘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 일로 미국 금융시장이 충격에 매우 취약해져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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