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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수출1위가 반갑지 않는 이유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8. 09:38

[출처=대한석유협회 홈페이지]
 
   정유사들의 모임인 대한석유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초기화면에 '석유산업 수출 2위'라는 제목과 함께 관련 자료가 올라와 있습니다.
   국내 4대 정유사들은 지난해 2008년 석유제품을 370억달러어치 수출해 431억달러인 선박에 이어 단일 품목으로 수출 2위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한해 전인 2007년 석유제품 수출액은 239억달러로 5위였으니 1
년새 3단계나 올라섰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휴대전화)를 추월한 것이죠.
   그런데 7일 "2008년 석유제품이 수출 1위에 등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관세청이 발간한 '그림으로 보는 2008년 무역통계'를 인용한 것입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은 366억2700만달러(본선인도가격 기준)로 선박(344억7200만달러), 휴대전화(344억3400만달러), 자동차(312억8800만달러), 반도치(257억8000만달러)를 앞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세청이 지난 1월 중순에 발표한 '2008년 수출입 및 무역수지 동향(최종 확정치)'에 따르면 석유
제품 수출액은 378억2500만달러(신고일 기준)로 412억9400만달러인 선박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지만 순위가 다르게 나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
 
   관세청이 7일 발표한 '2008년 무역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선박 344억7200만달러, 특수선박 64억3600
만달러로 이를 더하면 409억달러에 이릅니다. 관세청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선박 수출액 412억9400만달러
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단일품목 기준에 따라 수출액 순위는 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례로 관세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기계류정밀기기 436억달러, 철강제품 380억달러로 378억달러인 석유제품
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일 품목 수출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
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석유제품 수출 1위'는 순간의 바람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출처=대한석유협회 홈페이지]
 
   대한석유협회는 '석유산업 수출 2위'를 소개하면서 "원유수입액의 약 44%를 수출로 벌어들여 국가 무역
수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08년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총 849억달러 수입하지만 이중
44%에 해당하는 370억달러를 석유제품 수출로 커버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석유제품 370억달러를 수출하기 위해 지난해 849억달러어치의 원유를 들
여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차액은 무려 470억달러가 넘습니다. 달러가 그만큼 외국으로 많이 나간 것
이죠.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은 133억달러에 달합니다. 2007년에는 146억달러 무역수지 흑자
를 기록했습니다. 1년 사이 상황이 돌변한 것이죠. 지난해 국제유가가 폭등한 것이 무역수지 적자 반전의 주요 원인이었죠.
   이는 올해 원유 수입액과 석유제품 수출액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출처=관세청]
 
   관세청의 '수출입 및 무역수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15억6100만달러로 선박(44억6200만달러), 반도체(21억9300만달러), 자동차(17억3400만달러), 무선기기(휴대전화 18억100만달러)에 뒤졌습니다. 단일품목 중 석유제품 수출은 2007년과 같이 5위 이하로 밀려났습니다. 
   올해 4월까지 석유제품 수출액은 총 59억6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억9800만달러)보다 43.2% 줄어들었습니다.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 원유 수입액은 총 113억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4억700만달러)에 비해 51.4% 줄었습니다. 원유 수입액과 석유제품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원유 수입액과 석유제품 수출액 차이는 169억달러였습니다. 올해 같은 기간 원유 수출액과 석유제품 수출액 차이는 73억달러로 한해 사이 96억달러나 줄었습니다.

[출처=관세청]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출, 수입 모두 큰폭으로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9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수출액은 45억달러 줄었지만 원유 수입액은 161억달러로 더 많이 감소했습니다. 올
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116억달러가 해외로 덜 나간 것이죠.
   앞에서 원유수입액에서 석유제품 수출액을 뺀 액수는 지난해 1월~4월 169억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73억달러로 1년새 96억달러나 줄었다고 했죠. 올해 1월에서 4월 사이 무역수지 흑자액과 비슷한 금액입니
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해 석유제품이 단일 품목 수출 2위에 올라 국가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했다고 주장
했죠. 하지만 석유제품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로 뛴 지난해 무역수지는 13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반
면 석유제품 수출이 단일품목 중 5위 이하로 밀려난 올해는 무역수지가 거꾸로 93억달러 흑자로 돌아섰습
니다.
   7일 나온 '2008년 석유제품이 수출 1위' 통계 자료 발표가 기쁘지만 않은 이유입니다.
   정유사들은 "우리도 수출기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원유 수입액이 제품 수출액보다 더 많은 '영원한 수입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나라의 설움이기도 합니다.


출처 : http://v.daum.net/link/3353766/http://blog.joins.com/n127/10808866